지자체장 따라 명운 갈리는 지방의료원
공공의료 확대 등 운영·관리·감독 주체로서 철학 절대적
2015.03.30 20:00 댓글쓰기

수익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맥을 못 추던 지방의료원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원 사격에 힘입어 공공의료의 새 좌표를 설정해 나가고 있다.


시의 복지 정책과 맞물려 공공의료 혁신의 대명사로 발돋움 중인 서울의료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공의료에 대한 지자체장의 철학이 지방의료원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목소리가 지방의료원장들 사이에 높아지고 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이 고유의 공공의료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최근 ‘공공의료 9대 혁신안’을 제시했다. 기존에 경영 개선의 왕도처럼 여겨지던 인건비 삭감 및 동결과 같은 문구는 혁신안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기에 가능한 적정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 계획이 담겨 있다.


간병비 90%, 응급진료비·장례비 50% 인하를 골자로 비용·서비스·시스템 등 3대 분야를 개선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의료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민기 원장은 "돈이 많든 적든, 학력이 높든 낮든 서울시민 누구나 보편적이고 적정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를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이 타 지역과 다르게 수익성이 아닌 공공의료에 방점이 찍힌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공의료 강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시는 최근 2차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시민건강국’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의료체계 혁신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하려는 목적이다. 지난 2012년부터는 시 산하에 공공의료보건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은 “이번 혁신안은 깜짝 혁신안이 아니고 꾸준히 시행된 서울시의 공공의료 마스터플랜의 일환”이라며 “지자체장이 전시성 사업이 아닌 시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공공의료에 예산을 쓸 준비가 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자체 지원으로 공공의료의 새 길을 모색 중인 지방의료원은 서울의료원 만이 아니다.


경상북도는 전국 최초로 지방의료원 중심 거점 치매센터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센터는 환자 및 가족에게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지역 보건기관과 연계해 체계적인 교육도 실시한다.


이에 따라 적자 전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천·안동·포항의료원은 치매센터를 운영하며 고유의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경북도 박의식 복지건강국장은 "지역사회의 공공보건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의료원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치매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남시 역시 마찬가지다. ‘무상 복지’ 논쟁으로 10년 동안 진척이 없던 성남시립의료원은  이재명 시장 이후 건립 사업이 가속화 됐다. 최근에는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사업 계획’까지 발표한 바 있다.


전라북도는 남원의료원의 약값 등 부채를 일정 부분 탕감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36억원을 투자해 의료원 내 산모보건의료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남원시 이환주 시장은 “남원과 인접 시·군에 산후조리시설 등이 없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다”며 “지리산권 산모와 신생아에게 안정적이며 체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자체 협력 없이 공공의료 강화 불가능…“시민 포함 3자협력 중요”


지방의료원장들은 일단 공공의료 강화에 적극 나서는 지자체가 반가운 모습이다. 원장 혼자의 힘만으로 공공성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령 원장이 공공의료 사업 계획을 세운다 하더라도 운영·관리·감독 주체인 지자체의 예산 지원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하다.


지방의료원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의 공공의료에 대한 철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천안의료원 박찬병 원장은 “서울의료원과 진주의료원의 운명이 달라진 것은 지자체장이 가지는 공공의료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며 “지자체 정책 기조에 따라 지방의료원 고유의 역할이 정립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방의료원이 지자체장이 아닌 지역민을 위한 공공의료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정책에 시민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찬병 원장은 “정부, 지방의료원, 시민사회 중 변하지 않는 것은 시민사회뿐이다. 지방의료원 역할 정립에 적극 참여해 적정 수준의 진료비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승연 원장도 “공공의료 기능에 대한 지역사회의 합의가 이뤄지면 지자체장이 선출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시민의 결정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공의료는 결국 지자체, 시민사회, 지방의료원의 협업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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