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정부 ‘행정명령’···또 가슴 치는 의료진
병상 차출 이어 중환자 ‘전원명령서’ 하달···“욕받이도 결국 우리 몫”
2021.12.24 12:50 댓글쓰기
<사진제공=연합뉴스>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코로나19 치료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의료진이 정부의 탁상행정에 다시금 공분을 터뜨리고 있다.
 
일방적으로 병상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더니 이제는 환자들에게 병상을 비우라는 지시까지 내리는 정부에게 의료진은 실망을 넘어 절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방역당국은 부족한 병상을 더 확보하기 위해 중환자실에 머무는 기간을 20일로 제한했는데, 최근 그 날짜를 채운 환자 210명에게 병상을 비우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일명 ‘전원명령서’였다. 이 명령서에는 환자번호, 출생년도, 성별, 증상발생일, 재원일, 전원시한 등 상세한 정보가 담겼다.
 
특정 환자를 콕 찝어 ‘당신은 더 이상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 없으니 일반병실로 이동해야 한다’는 말 그대로 ‘명령’인 셈이다.
 
환자가 전원명령을 거부한 경우 그동안 무료였던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 100만원 이하 과태료도 물릴 수 있다는 점도 고지했다.
 
병원들에게는 병상을 내놓으라는 ‘병상동원령’을, 환자들에게는 병상을 비우라는 ‘병상소개령’을 내리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적 조치’라는 지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 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하기도 바쁜 의료진이 일일이 전원명령서를 전달하며 병실 비용과 이동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오롯이 의료진의 몫이다.
 
전원명령이 내려진 210명 모두 재원적정성 평가에서 더 이상 중환자실 치료가 불필요하다고 판단이 내려진 환자라고는 하지만 전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실제 이들 중 63명은 현재 입원 중인 코로나19 전담 중환자실에 계속 머무르기 위해 의학적 사유 소명 등을 제출한 상태다. 98명은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고, 22명은 이미 사망했다.
 
설령 환자를 설득해 병상을 옮기기로 했더라도 원내는 물론 주변 병원에도 여유 있는 병실이 없어 전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다반사다.
 
결국 의료진이 새로운 중환자를 받기 위해 행정명령을 받은 환자가 전원할 병원이나 병실까지 섭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방역당국은 공문 하나로 병상을 확보하고, 채우고, 비우는 전지전능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의료진은 그러한 당국의 하수인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자에게 전원명령서를 전달하는 과정에 강한 항의에 부딪치게 된다”며 “욕받이도 고스란히 의료진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전원명령을 받은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의식이 없는 경우 난감하다”며 “보호자에게 전화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겹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에서는 중증병상에서 치료 중인 환자가 사망한 다음 날 중환자실을 비워달라는 전원명령서가 전달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병원 교수는 “중환자실 재원적정성평가를 기반으로 전원명령이 내려진다고 하지만 호흡기 질환 특성상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경우 의료진이 환자를 대신해 방역당국에 중환자실 연장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상소문을 올려야 하느냐”며 “환자 치료만으로도 벅찬 상황에 이러한 부분까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성토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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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이크 12.24 14:36
    ...정부 담당자가 나와 ...레벨d복 입고 환자에게 직접 설명하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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