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직장 내 괴롭힘 기준은 어디까지···
허성주 서울대병원 인권센터 실장 '인권 침해받는 사례 많아 주의 필요'
2021.12.24 17:0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사례1) 선배 A는 후배직원 B가 인계를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업무가 미숙하다고 지적하며 “그만 둘 거면 빨리 그만둬라”, “머리에 뭐가 들었어? 너 같이 바보같은 신입은 처음 본다” 등 수차례 폭언을 했다. 또한 수시로 시간 내 완료할 수 없는 양의 업무를 주고 완료하지 못하면 면박을 주거나, 30분 동안 벽을 보고 서있게 했다.
 
#사례2) 신규간호사 B는 아무리 신규라고 하지만 업무가 미숙해도 너무 미숙할 뿐만 아니라 행동도 느린 편이라 속이 터질 것 같다. 직접 시범을 보여줘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고 모니터링 기록도 엉망이라 나도 모르게 지적할 때 목소리가 올라가고 다그치듯 얘기하게 된다. 우연히 B가 내 말을 녹음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는데 너무 힘들다.
 
허성주 서울대병원 인권센터 실장은 최근 서울시가 진행하는 공공보건의료아카데미 교육에서 ‘보건의료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인권침해 및 인권센터 운영 사례’를 발표하며 “첫번째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만 두 번째 사례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두 사례 모두 업무와 연관된 문제를 지적한 사례인데 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일까?
 
“비공개적 장소에서 평가 섞지 않고 사실 그대로 지적해야” 
 
차이점은 두 번째 사례의 경우 업무 지적 내용 속에 모욕감을 주는 언행이 포함돼 있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지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허성주 실장은 “의료기관에서 업무와 관련해 하급자에게 어떤 지적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인격비하에 해당하는 비방은 자제하고 업무상 필요한 경우 평가가 섞인 말보다는 가급적 사실 그대로의 행태를 지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와 관련이 있더라도 내용상 모욕감을 주는 말은 폭언에 해당할 수 있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언성을 높여 지적하는 행위나 등은 인권침해라고 볼 수 있다”며 “첫번째 사례는 폭언의 장소가 여러 직원이나 환자들이 공유하는 외래나 병동일 경우일 가능성이 높고, 30분 간 벽을 보고 서 있게 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지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돼 처벌하고 있다.
 
괴롭힘 행위는 피해자와 같은 처지의 일반적이로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당사자간의 관계, 행위 장소 및 상황, 행위 정도, 기간 등 구체적 사정을 참작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허성주 실장은 “수술, 병동 등 팀으로 근무하는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는 업무교육이나 업무실수 시 환자에 대한 위해 발생 등 보건의료환경은 근로자 인권이 침해받기 쉬운 환경으로 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배의 교육이나 업무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혼자 책임감을 갖고 해결하려 하지 말고 수간호사 등 상급자와 상의해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직원을 위한 또 하나의 병원 서울대병원 ‘인권센터’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7년 9월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인권 관련 전담조직인 ‘인권센터’를 병원장 직속조직으로 설립했다.
 
이들은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상담 및 조사와 구제 ▲인권심의위원회 운영 및 심의의결사항 집행 ▲인권침해 사안관련 상담, 인권관련 법률상담 ▲직원인권 향상 및 침해예방을 위한 활동 등을 담당한다.
 
인권센터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질적 브레인으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인권심의위원회는 조사 결과에 대한 최종적 결정 밒 심의‧의결, 인권센터 규정 등의 업무를 맡는다.
 
조사 절차는 ▲초기상담 진행(심리‧법률상담) ▲공식적인 신고(신고서와 진술서 제출) ▲조사(사실여부 조사, 임시조치 요청 등) ▲인권심의위원회 심의‧의결 ▲구제조치 등 권고 순으로 진행된다.
 
허성주 실장은 “초기상담은 내담자가 궁금해 하는 사항이나 원하는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로 조사과정에 포함하지 않고 신고를 원할 시 절차를 안내한다”며 “신고는 서면신고가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직접 방문이나 이메일, 인트라넷 등으로도 진행하고 있으며 구체적 내용과 증거자료가 있다면 익명신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의 경우는 기관에 법령상 조사의무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조사를 개시하고, 출석 요구나 진술 청취, 진술서 제출 요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한다”며 “이때 신고인과 피신고인은 분리를 원칙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안은 조직문화개선”이라며 “이를 위해 인권센터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무 중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기 쉽지 않지만 좀 더 건강한 방향으로 조직이 나아가기 위해 모든 의료인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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