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넘긴 醫-政, 허니문은 없었다
대화단절 상황 개선 기미 없어…냉기류 악화 우려
2012.09.12 20:00 댓글쓰기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불편한 관계가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존경받는 의료계를 주장해온 의협 집행부가 최근 취임한 지 100일이 됐음에도 의-정간 냉기류는 여전하다.

 

복지부 장관과 의협 회장의 대화 단절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허니문은 고사하고 분위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협에 강한 유감 나타낸 복지부 차관


취임 100일을 맞은 의협 집행부에 가장 유감을 나타낸 곳은 복지부다. 특히 의협의 건정심 탈퇴를 계기로 손건익 차관의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손 차관은 우회적으로 의협의 행보를 비판하다 포괄수가제(DRG)를 기점으로 발언 수위를 높였다.

 

손 차관은 지난 5월 16일 건정심 모두발언에서 "일부 비전문가가 (건정심 회의를) 밀실에서 마구잡이로 결정한다는 지적은 오해"라며 현 건정심 시스템을 지적한 의협에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이후 같은 달 30일에는 "일부 건정심 위원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하고 송구스럽다"며 의협 집행부를 비판했다.

 

6월 26일 건정심 모두발언에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사람이 있다"며 의사협회 집행부를 거론했다. 건정심 위원인 연세대 정형선 교수의 회의 참석이 늦어지자 "협박을 당해서 안 온 것이냐"라며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이후 복지부 공무원의 문자테러를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진정성 없이 만나달라는 떼쓰기', '존중받으려면 먼저 존중해야 한다'는 등의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존중받고 싶으면 남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며 인생설교 식의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자 노 회장은 최근 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대화를 포기할 수 있다는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DRG로 폭발한 감정 광고로 굳혀


"지난 100일의 의정 관계는 살얼음을 걸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의협 집행부를 역임한 한 의료계 간부의 평가다. 이런 분위기는 어느 정도 예고됐다.

 

강한 의료계, 존경받는 의사를 주창해온 노 회장의 노선이 일정 부문 의정 관계의 불편함을 감수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냉각기는 노 회장이 DRG를 투쟁의 기폭제로 선택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다. 당초 의협 집행부는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법 등의 문제를 공론화화려다 급격히 DRG로 관심사를 옮겼다.

 

이후 건정심을 탈퇴하고 모든 역량을 DRG 반대에 쏟아부었다. 이후 의-정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의협은 수차례 언론 광고를 통해 DRG를 비판했다.

 

이후 정부와 의협은 여론을 잡으려는 핑퐁게임에 돌입했다. 우회적 비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급기야 DRG를 추진한 담당 복지부 과장이 문자테러를 당하면서 대화가 완전히 중단됐다.

 

의협은 설문조사를 통해 DRG 사태에 따른 진료 거부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고,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후 의협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건정심 개편이라는 예상치 못한 카드를 내보이며 진료 거부 계획을 접었다.

 

DRG 이후는 복지부 장관과 의협 회장의 면담으로 이어졌다. 의협은 복지부는 관료주의에서 탈피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절차를 밟으라"는 복지부의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윤리위 등 갈등 씨앗 남아


현 집행부 한 간부는 취임 직후 "의정 갈등은 연말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비공식적인 대화창구를 열어둔 상태를 말한 것이었지만, 예상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갔다. 복지부의 최대 정책 파트너인 의협과 복지부는 일절 대화하지 않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몇 차례 고비는 남아 있다. 우선 의협이 추진 중인 의사대회가 어떤 식으로 치러지느냐에 정부의 관심이 많다.

 

의협 윤리위원회 등 세부적인 부문에서도 갈등의 씨앗은 남아 있다. 의협은 최근 복지부에 윤리위 문제에 관해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복지부는 "개정 의료법에 무조건 따르라"고 회신했다. 이에 따라 최근 열릴 예정인 윤리위원회가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두 기관 중 한 곳이 먼저 화해의 손짓을 내밀어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해 보인다. 그래서 취임 100일을 맞은 의협 집행부와 복지부의 허니문 기간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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