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역습…PA 불법행위 고발
검찰 기소 첫 성과, 문제 해결엔 오랜시간 걸릴듯
2012.10.11 11:24 댓글쓰기

전공의들이 PA(Physician’s assistant. 의사보조인력) 불법 진료행위를 검찰에 고발한 지 반년이 훌쩍 지나면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PA 진료행위는 의사인력 부족을 이유로 의료계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지던 관행으로 치부됐으나,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의 검찰 고발 이후 수면위로 부상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일부 병원의 PA 불법 사례를 제보받고 있다. 다만 수련병원이 아닌 경우 시도의사회에 관련 내용을 전달해 사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긴 호흡을 갖고 사안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광폭 행보를 이어온 전공의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PA 고발 건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은 지난 3월 15일 인제대 상계백병원 김흥주 병원장과 산부인과 및 비뇨기과, 흉부외과 PA를 의료법 위반과 사기 등의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서울북부지검과 노원구보건소에 제출했다.

 

김일호 대전협 회장은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는 등 측면에서 지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무혐의였다.

 

대전협은 수사기관을 통한 PA 척결이 지지부진하자 대안을 마련했다. 확실한 증거 없이는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물증 잡기에 나섰다.

 

대전협은 제주H병원이 PA가 교대로 당직을 서고, 상처를 봉합하거나 처방을 내리는 등 불법 진료행위를 한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이를 직접 확인하고자 김일호 회장은 손에 1cm가량 상처를 내고 해당 병원을 방문했다. 김 회장은 카메라 내장 안경을 통해 PA의 진료 장면을 녹화했다.

 

대전협은 이 증거물을 토대로 검찰에 해당 병원과 PA를 고발했고, 진료행위를 한 PA는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해당 병원장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의료기관 특성상 PA가 병원장이나 의사의 지시 없이 단독으로 진료행위에 나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PA 진료행위가 검찰 기소로 이어졌고, 의료계 이슈로 부상하면서 상당한 예방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앞으로 PA 관련 불법행위를 적발하면 엄격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PA를 암묵적으로 용인해온 여러 대형병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러 방식을 통한 제보가 이어지면 수사기관의 대대적인 처벌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협은 “PA 불법행위는 수술뿐만 아니라 상처봉합, 비위관삽입 등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처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보건당국이 먼저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기소된 PA 행정처분은 확정 판결 이후

 

복지부는 제주H병원 PA가 불구속 기소된 사실을 파악했으나, 아직 검찰로부터 정식 통보를 받지 않았다. 복지부는 “유죄 취지로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면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PA가 어떤 판결을 받느냐에 따라 행정처분 수위도 달라진다. 복지부에 따르면 기소유예 시 행정처분이 1/2 감경된다. 금고 이상의 처분이 내려지면 면허나 자격이 취소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PA가 어떤 처벌을 받느냐가 중요하다”며 “아직 정식으로 통보를 받지 못했고, 실질적인 행정처분은 법원의 확정판결 이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PA 관련 사항은 보도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조치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PA를 활용하는 대형병원들이 인식을 전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하지만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나면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공의들이 몰카를 동원한 극단적 방식의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PA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지부의 실태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오랜 기간 관행으로 여겨진 PA 문제를 일소에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임채민 복지부 장관이 올해 초 한 보도전문채널과 한 인터뷰에서도 읽힌다.
 

당시 임 장관은 “전문가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시기에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그러나 PA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보다는 교육 등을 통해 PA를 일정 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임 장관은 “PA는 지난 1990년대부터 암묵적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며 “법과 현실 사이가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문제이며 기본적으로 흉부외과와 외과, 산부인과에 의료인력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의료계 전문가들은 “의료계가 지속해서 PA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