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제공·카드 깡·콘도 예약·물품 지원 등
변종 리베이트로 제네릭 시장 혼탁…일부 제약사 '자정노력' 확인
2013.10.13 20:00 댓글쓰기

[단독]최근 제약계 리베이트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일부 제약사들은 ‘자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체로 리베이트 끈을 여전히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데일리메디가 한 국내 제약사의 ‘주요 업체들 영업 현황’ 자료[사진]를 입수한 결과, 상당수 제약사들이 여전히 현금 제공 및 물품 지원 등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일선 의료 현장을 통해 수집 정리된 국내 제약사들의 최근 영업 정책으로, 몇몇 상위사를 비롯해 중견·중소 제약사들 사이에 지금도 리베이트가 암묵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올해 글리벡과 엑스포지, 올메텍 등 각 처방군에서 최 상위권을 달리고 있던 블록버스터급 약제들이 특허만료 되면서 제네릭 시장 리베이트 공세가 우려됐던 가운데 이번 자료를 통해 그러한 정황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

 

자료 내용은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먼저 국내 A사는 공정경쟁 규약을 지키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점이 공존했다. 후자의 경우 ‘현금 지원’이다.

 

이 회사는 대형 거래처(의원)의 경우 현금성 지원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형 거래처는 일명 '유효 거래처'로 해당 제약사 제품을 월 최소 100만원 이상 처방하는 의원이 해당된다.

 

예컨대 의사가 일정 기간 해당 제약사 제품을 1000만원 어치 처방하면, 회사 역시 의사에게 1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의원과 제약사 간 처방 매출 그리고 리베이트의 비율이 '1대1'이다. 이러한 암묵적 계약을 맺고 의사가 해당 제약사 제품 처방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B제약사의 경우 리베이트 공세가 더욱 거칠다. 기본적이고 합법적인 공정경쟁규약 준수외에 병원 소모품 및 처방 대가 수수료 제공 등은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이 회사는 대형 거래처를 중심으로 매월 자사 제품 처방 매출 규모의 약 30%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C사 역시 주요 거래처들에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제약은 ‘콘도’와 ‘골프텔’ 법인카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카드 깡’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영업전선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 깡’은 E사에서도 잘 쓰는 방법이다. 또 제품설명회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매출 증대의 다른 방편으로 E사는 영업사원에 막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선택했다. 이 회사는 집중 품목 영업사원들에게 각자 매출 성과 대비 50%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그밖에 중견·중소제약 F, G, H, I 사 등은 100만원 이상 처방을 하는 의사들에게 매출액 대비 10~20%의 현금을 제공하거나, 병원비품 등 물품 지원, 식사 및 골프 법인카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정경쟁규약을 지키거나, 불법 리베이트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보다 강도 높은 자체 규정을 만든 회사들도 엿보였다.

 

J사의 경우 주로 학술세미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며, K사는 주요 영업 정책으로 지역별 미팅 행사와 임상 PMS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리베이트 정황은 포착되고 있지 않다.

 

특히 국내 제약 L사는 올해부터 과거 관습을 모조리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금 지원을 완전히 없애기로 하고 자체 내부 규정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전언이다. 

 

최근 영업사원과의 접촉을 꺼려하는 의사 수가 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으로부터 의사들의 반감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은 “몇몇 제약사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과거에 존재했던 리베이트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산업 구조상 리베이트가 없어질 수 없다. 특히 국내 제약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은 “현장을 보면 여전히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많다. 각각 내부 영업 정책을 만들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리지널이 만료되고 제네릭 출시가 이뤄지면 이 같은 상황은 더욱 심해진다. 좁은 파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물론 최근 현금 다발을 제공하는 제약사는 많이 줄었다. 진정성 있게 유통 투명화를 시행하는 회사도 생겨났다. 리베이트를 뿌리 뽑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