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영리병원'···사법부↔지자체 '엇박자'
법원 '개설허가 취소 부당' 판결···제주도는 또 '허가 취소' 결정
2022.04.13 12:18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놓고 사법부와 지자체가 엇박자 행보를 보이면서 국내 첫 영리병원 문제가 점점 더 꼬여가는 모양새다.

녹지병원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06년 2월 제정된 제주특별법에 기인한다. 해당 법안은 영어교육도시 내 외국인학교, 자치경찰제 등 제주에서만 특별하게 운영되는 조항이 명시돼 있는데 영리병원 역시 이 중 하나다.
 
제주특별법 제307조에 따르면 도지사가 허가를 하면 병원 설립 권한이 없는 외국법인도 제주도에 의료기관을 설치할 수 있다.
 
이에 지난 2015년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국영기업 녹지그룹(綠地團體)은 제주특별자치도와 보건복지부에 영리병원 설립 허가 및 사업계획 승인을 요청해, 같은 해 12월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최종 승인받는다.
 
이후 녹지그룹은 800억원을 들여 병원을 준공하고 2018년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허가를 신청했다.
 
녹지병원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연 면적 1만82231㎡로 의사 9명, 간호사 28명의 의료인력을 채용해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47병상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리병원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커지자 제주도는 2018년 12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을 달아 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녹지병원은 이에 반발하며 다음 해 4월까지 병원 문을 열지 않았다.
 
이에 도는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의료법 규정을 들어 청문 절차를 거쳐 2019년 4월 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녹지병원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개원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2019년 5월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1월 13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허가일로부터 3개월 안에 개원하지는 않았지만 조건 변경과 인력 상황 변동으로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제주도가 병원 개설 허가로 내건 조건인 내국인 진료 제한 역시 행정소송 결과 위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제주도 “외국인 투자 비율 요건 부적합”
 
하지만 제주도는 법원 판단과 별개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를 또 다시 취소했다.
 
제주도는 지난 12일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 안건이 심의 위원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병원 부지와 건물 일체를 제3자에게 매도했고, 방사선 장치 등 의료시설 전부를 멸실하는 등 개설 허가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녹지제주는 지난 1월 대법원 판결로 영리병원 허가가 되살아나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풀어주면 영리병원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제주도 측에 전달했다.
 
이에 도는 지난달 28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실사를 벌였다. 
 
도는 “조사결과 병원 건물과 부지를 국내 법인에 매각해 조례로 정한 '외국인 투자 비율 100분의 50 이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병원에 의료장비와 인력도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앞으로 제주도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녹지제주를 상대로 청문 절차를 진행한 뒤 관련 법규에 따라 허가 취소 처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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