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초래 책임·해법 모색 등 공방 국정감사
22대 국회 보건복지委 첫 국감 종료···조규홍 장관 "2000명 증원 책임 플랜B 있다" 주목
2024.10.25 05:00 댓글쓰기

[구교윤·이슬비 기자] 의료대란 속에 출범한 제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첫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지난 6월, 8월 두 번의 청문회에 이어 입법부가 행정부에 의료대란 책임을 묻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야당은 지금이라도 의정사태를 되돌릴 수 있는 파격 발언을 유도하기 위해 맹공을 펼쳤고, 여당은 ‘대책이 있느냐’고 추궁하면서도 방어했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2000명 증원 숫자 출처 ▲의정갈등 책임자 규명 ▲전공의·의대생 복귀책 등에 대해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입장은 없었다. “최선을 다한다”는 약속 뿐이었다. 한편, 의정사태를 제외하고도 내년 전문의 배출 절벽, 지역의료 공백, 필수의료 붕괴 등 의료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타 상임위원회 국정감사처럼 ‘정치국감’으로 번지는 상황도 연출돼 아쉬움을 남겼다. [편집자주] 


조규홍 장관 “2000명, 내가 결정”···의료대란 책임 ‘용퇴’ 거부      


복지위 야당 의원들은 이번에도 2000명이라는 숫자의 출처를 캐물었지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가 보고받고, 내 책임 하에 결정했다”고 일축했다.  


일부 의원들은 조 장관이 사퇴하지 않는 것과 연결지어 역으로 2000명을 결정한 게 다른 사람이라고 유도신문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관이 사태 책임을 지고 싶어도 못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자신이 2000명을 결정했으면 책임지고 그만두면 되는데 그게 아니니 못그만두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전공의 단체가 꿈쩍하지 않는 등 의료계와의 대화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과감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게 야당 의원들 입장이다. 


전진숙 민주당 의원은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말처럼 책임자 경질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고, 강선우 의원은 “대통령에게 사과 필요성을 직언하라”고 주문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용퇴 의사가 있느냐”고 노골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의료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야당의 맹공을 회피했다. 


국감 중 여야의정협의체 물꼬···“2025학년도 정원 조정은 불가능”


23일 종합감사를 앞둔 22일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의대 교수들이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공식화했다. 당연히 복지위도 이 상황을 주목했다. 


공회전하던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길이 열렸지만, 일부 의원들은 협의체가 순항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여당이 제안한 의료계 단체 중 2곳만이 ‘의대생 휴학 승인’을 조건으로 내걸고 합류를 결정했고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불참 의사를 밝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장·차관 사퇴 또는 2025학년도 정원 조정 등으로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의협과 대전협 합류를 위해서는 복지부 장·차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반면,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협의체에서 합리적 변화가 나오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계가 가장 원하는 2025학년도 정원 조정이 핵심 의제로 올라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이에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이 “2025학년도 정원은 조정이 불가능한가”라고 재차 묻자 조 장관은 “그렇다. 2026학년도 정원은 협의 하에 조정 가능하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대 5년제·휴학 승인···교육현장 소용돌이 손 못쓰는 복지부


의대 정원 확대는 교육부와 복지부가 함께 추진했지만 이후 쏟아진 학칙 개정·학사운영 변경·동맹휴학 승인 금지 등은 복지부가 사실상 손을 쓰고 있지 못해 이에 대한 답답함도 터져나왔다. 


복지위 국감 직전인 이달 7일 교육부가 발표한 ‘의대 교육과정 6년을 최대 5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 복지위 의원들은 유감을 표명했다. 


사전 협의가 있었냐는 질의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구체적으로 협의는 못했다”면서 “교육부의 고민이 담겼다고 이해하는데, 의료 교육의 질을 담보한다면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어 “해당 조치로 의료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그 다음에 질 낮은 의사가 배출돼서는 안 된다는 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의대생 휴학 승인 역시 마찬가지다. 의학회와 KAMC가 휴학 승인을 대화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소관이 아니란 이유로 확답하지 못했다. 


조 장관은 현재 의대생들의 휴학은 ‘동맹 휴학’이며,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라는 교육부 입장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이에 “휴학계 처리는 법령과 학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국감장 선 사직 전공의와 플랜B 있는 정부  


이번 국정감사가 앞선 두 번의 청문회와 달랐던 점은 사직 전공의 당사자가 출석했다는 것이다. 복지위 의원들이 의료계 원로, 기관장, 정부 관계자가 아닌 당사자 의사를 청취한 순간이었다.  


사직 전공의인 임진수 의협 기획이사는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임 기획이사는 “지난 8개월 동안 정부를 짝사랑하는 기분이었다”고 비유했다. 정부의 계획을 수 차례 믿었다가 잇단 정부의 실언에 좌절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하려면 우선 정부 내부 의견을 통일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규홍 장관은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두번째 계획인 ‘플랜B’에 대해서도 언급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지금의 의료대란 사태가 더 확대될 수 있는데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플랜B가 있지만 우선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전공의 요구에 수용할 수 있는 건 수용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잘 설명해 조기에 복귀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말하면 협상 자체가 잘 안 될 수 있기에 이해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복지위도 ‘블랙홀 정쟁’…이재명 대표 헬기이송 특혜 VS 자생한방병원 특혜 난타전 


교육위 국감이 김건희 여사 논문 논란으로 뒤덮였다면, 복지위 국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송 사건,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특정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급여 혜택 등이 소환됐다. 


의사 출신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 헬기 이송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의료진만 징계받게 된 상황을 꺼냈다.


그는 “의료진이 다시는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게 해달라”고 조규홍 장관에게 요구했다. 


서 의원은 “상식적으로 부산대병원에 가면 주치의 판단 없이 서울까지 헬기를 띄워줄 수 있는가”라며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계속해서 후안무치하게 행동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적절치 않다”며 항의했다. 강선우 의원은 “국감을 취지에 맞게 해 달라. 지금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인가. 지금이 이재명 정권이냐”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응급헬기 관련 정책 질의는 합당하다. 위급한 상황에서 정치적 지위를 이용해 활용하면 안 된다는 말이 틀렸냐”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엮어 자생한방병원과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맹공했다. 강선우 의원, 서영석 의원이 저격수로 나서 첩약 급여 시범사업 등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원모 前 대통령실 인사 비서관의 장인이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명예이사장인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과 자동차보험 기준 마련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강선우 의원이 증인으로 채택한 신준식 이사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다. 


여기에 더해 강중구 심평원장도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의 친분이 있어 자생한방병원에 관련 특혜를 줬다는 의심을 받았다. 


강선우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해외 순방 때 착용한 목걸이를 강중구 원장의 배우자가 빌려줬다’는 논란에 대해 물었고, 강중구 원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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