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의사 대체? 도구적 역할 수행”
백승욱 루닛(Lunit) 대표
2016.04.18 07:03 댓글쓰기

지난달 개최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대국 전에는 이세돌 9단의 승리가 예상됐다. 경우의 수가 많은 바둑의 특성상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4대 1 승리. 이러한 결과에 의료계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 있는 의료계야말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량의 의료영상을 데이터화해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루닛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의료용 딥러닝 개발 업체다. 국제 이미지인식 기술대회 위치 식별 분야서 2015년 구글을 제치고 5위에 오르기도 했다. 루닛 백승욱 대표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도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컴퓨터와 인간이 잘할 수 있는 영역 달라”
 

루닛은 다량의 의료용 이미지를 분석해 진단을 내리는 솔루션을 개발한다. 엑스레이 상에서 환자의 결핵을 잡아내고, CT 촬영 사진에서 유방암 여부를 판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의사가 보다 쉽게 의료용 영상을 판독할 수 있게끔 하고, 초기 검사에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루닛은 해당 기술이 영상의학과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를 활용해 의사가 기존 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 대표는 “컴퓨터랑 인간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은 다르다. 인간은 논리적인 판단을 하고 종합적인 추론을 한다”며 “컴퓨터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어야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그러한 데이터를 모으기도 쉽지 않다. 종합적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이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가령 인공지능의 역할은 유방촬영술 영상을 잘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다. 인간의 역할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해당 영상을 갖고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정상군과 환자군의 분류 정도는 인공지능이 할 수 있겠다. 의사들은 보다 다각도로 영상을 분석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옮겨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인공지능이 의료용 영상을 판독해도 해당 질환에 대한 설명과 치료 방향 제시는 아직 인공지능이 제대로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백 대표는 딥러닝은 풍부한 의견을 제시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백 대표는 “인공지능이 판독을 하더라도 왜 이렇게 판독을 했는지 풍부하게 설명하지는 못 한다. 언젠가는 가능해질 수 있지만 그렇게 단기간에 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인 도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규제 많은 한국, 유의미한 시장 아냐"
 

루닛은 국내 상급종합병원 8곳과 협업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해외 경쟁업체들이 병원의 영상의학과센터와 협업해 자료를 축적하는 것을 볼 때 병원 차원의 다량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비교우위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백 대표는 보다 자유롭게 의료용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점에서는 해외가 국내보다 낫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국내에서는 의료영상 자체가 병원 밖으로 나오는 게 규제대상이다. 적절하게 보안을 한 뒤 해당 자료가 바로 클라우드로 갈 수 있으면 활용 폭도 높아지고 비용도 적어질텐데 아직 규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루닛의 솔루션을 병원에서 사용을 하더라도 루닛이 개별 병원 내에 별도의 서버를 구축해, 원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루닛은 한국보다 의료영상에 대한 접근이 쉽고 활용 폭이 높은 해외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백 대표는 “한국은 기초연구를 하기 좋은 환경이지만 수가가 낮아 유의미한 시장규모는 아니다”며 “한국에서는 연구 위주로 가고 솔루션의 판매는 미국, 영국 등에서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백 대표는 루닛의 의료용 영상 판독기술이 장기적 관점에서 예방의학의 새로운 모델이 되길 바라고 있다.
 

백 대표는 “루닛이 선별검사를 잘 하게 되면 이를 예방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모델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의 데이터를 모아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그 데이터가 쌓여 진단 솔루션이 되면 놓치는 환자나 위양성 환자도 적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툴이 없었다”고 했다.
 

백 대표는 “환자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면 이대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며 “다른 분야에서든 다른 국가에서든 환자의 질병이 커지기 전에 이를 예방하는 쪽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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