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 '고원중교수 요구 못들어줘 미안'
이달 16일 고인 뜻 기리는 추모식 거행, '고원중 연구기금' 제정
2019.12.17 05:4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난 8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故 고원중 교수(前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에 대해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이 당시 고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던 사실을 밝히고 리더십이 부족했던 점을 사과했다.

유가족 뜻에 따라 이날 추모식을 가진 병원은 고인을 기리기 위해 '고원중 연구기금'을 제정했다. 유가족 대표인 아들 성민 씨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아버지를 떠밀었던 손들이 저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16일 오후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히포크라테스홀에서는 '故 고원중 교수 추모식'이 열렸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고인은 삼성서울병원에서 18년 이상 일하며 결핵과 비결핵항상균 분야에서 병원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정착시키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이를 위해 많은 연구와 진료를 하다보니 몸에 이상이 생겨 입원까지 했다"며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요구를 했는데, 병원장으로서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고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고인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선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이 필요했는데, 이게 여의치 않으니 몸과 마음에 무리가 와서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 같다"며 "고원중 교수님과 유족분들, 또 고인을 아끼고 사랑했던 동료 교수들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호중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장은 "만성 감염 폐질환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긴 고원중 교수님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환자 코호트를 만들어내는 등 너무나 바쁜 시간을 보냈다"며 "이러한 연구를 하느라 밤을 새어 논문을 쓰다가 허리를 다쳐 몇 번이나 입원을 하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호흡기내과 일원으로서 고인을 도와주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다"며 "분과장으로서, 선배 교수로서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바쁜 일상에서 쫓기는 후배 교수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점에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 대표로 추도사를 낭독한 아들 고성민씨는 병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아버지는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본인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하면서도 상대방 의견을 묻고 자신의 의견을 전하던 다정한 분이셨다"며 "그러나 정작 본인의 직장에선 모난 돌로 비춰졌고, 병원 이름보다는 자신의 연구를 위하고자 했던 당신은 지난 겨울 사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극단적 선택을 하신 날은 바로 삼성서울병원을 떠나기 위한 송별회가 있었던 바로 그날"이라며 "그러나 병원 측에서는 '송별회도 무사히 잘 마쳤고 사인에 대해선 짐작가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유가족 이야기는 배제된 언론보도만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진료과에서 마찰을 겪었지만, 병원 측은 이처럼 이러한 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았고 이번 추모식과 기금 조성도 온전히 저만의 추진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지난 1년간 주고받은 이메일을 확인하고 '왜 더 많이 연락드리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24시간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남은 가족들은 너무나 무거운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나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병원은 이날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고원중 연구기금'을 제정했다. 결핵기금과 비결핵상산균 두 분야에서 논문 수상작을 선정한다. 시상금은 1000만원이며, 병원장과 부원장 그리고 유족이 논문을 검토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한편, 故 고원중 교수는 비결핵항산균 폐질환 연구 대가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국립환경연구원 및 보건산업진흥원 공보의를 거쳐 2001년 5월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임상강사를 지냈다. 이후 2015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는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분과장을 역임했다.
 

생전 180여 편의 SCI(E)급 논문을 게재한 그는 130여 편의 SCI(E)급 논문 공저자이기도 하다.
 

이 같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가장 최근인 2018년 대한의학회로부터 우수심사자 표창을 받았으며, 같은 해 결핵퇴치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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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성은천성 01.14 03:33
    어느 병원인지 실화탐사대를 이제서야 보고 찾아봤네요??? 저런 의사들이 환자를 상대로 어떠한 진료를 하고 돈을 받고 있을지 ?? 안봐도 비디오 입니다?

    정말??? 어이가 없네요 저런 사람들도 의사라고 공부 하고 나와 진료 하겠다고 나와 있다니 ?? 인성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 댓글도 있는데?? 인성은 교육으로 안된다고 봅니다? 인성은 천성이에요 애초에 안되는 사람들이였다고 봅니다? 저런 의사들이 환자와 대면해 진료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비수를 꽂고 삶의 희망을 짓밟고 있는건 아닐지 걱정되네요?? 저 병원 다니는 언니 있는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옮기라고 내일 얘기 하고 이 방송 보라고 해야겠네요 괜히 열심히 하시는 분들한테까지 누를 끼치는 의사집단이였네요?
  • 나도 08.04 23:43
    세계탑급 연구실적을 남겼다는 고교수가 18년동안 일한 병원을 떠나는데

    행정직원과 같이 환송회를 했다는 자제차 코메디임ㅠㅠㅠ

    (당사자는 모르고 현장에 도착했다는데 얼마나 놀랐을까요)

    환송회에 고교수는 정시에, 같은 과 교수들은 10분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도 충격이고

    고교수에게 감사패 하나 주고, 고교수의 한 마디조차 안듣고

    바로 행정직원에게 감사패를 줄 정도로 무신경하게 처리한

    그 감사패 전달 교수는 누구일까요?

    삼성서울 호흡기내과 교수진들 다시 보이고, 마음이 아픕니다.

    ---------------------

    미국에서 은퇴 안한 교수로는 최고,

    유럽과 미국 다 합해서 가장 중요한 세 명의 교수 중 한 명이었던

    나의 교수님도 학과에서 왕따로 조기 은퇴하셔서

    (그걸 보면서 캠브리지에서 책이 단독으로 몇권씩 나와도 소용없구나; 물론 책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고교수님께 여러 가지로 감정이입이 됩니다.
  • 실화탐사 06.30 21:44
    고원중의사가 있을당시 당시원장의 인력지원 무관심과 호흡기내과의사들의 왕따와 환송회때의 모욕적인 행동들이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tv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인간같지않은 같은과의사들의  왕따시전..

    의과대학 6년중에 최소 6개월은 인성교육의무화가 필요하다.
  • 토사구팽 12.21 17:59
    아무리 병원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렸더라도 돈안벌리면 팽당한다.
  • WHY 12.17 08:01
    쉬쉬하고 숨기다가 돌아가신지 4개월이 지나서 웬 양심고백?
  • 12.17 08:40
    숨기고 양심고백...그런기사 아닌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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