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한국 의료관광은 비용 면에서 외국인 환자들의 만족도가 낮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인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우리는 비용 및 각종 의료관광 인프라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진기남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9일 열린 성남시국제의료관광컨벤션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의료관광객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발표하고 이 같이 주장했다.
진 교수는 최근 외국인환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한국 의료관광의 비용을 지적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이 2019년 6월부터 10월까지 외국인 환자 12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용 부문에서 평균 86점을 기록하며 의사와의 소통·정보제공·병원서비스 등이 평균 90점 이상을 기록한 것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특히 중동 의료관광객의 경우 우리나라 의료관광 비용 부문에 대해 평균 78.1점을 매겼다. 진 교수는 “이는 중동 환자들이 우리 의료비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진 교수는 또 다른 의료관광 평가 지표로 미국 의료관광협회가 개발한 ‘의료관광지수’를 소개했다. 이는 국제 의료서비스 제공 지역 46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 순위다. 목적지 환경·의료관광산업·시설 및 서비스 등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목적지 환경 13위 ▲의료관광산업 33위 ▲시설 및 서비스 10위 등을 기록했다.
관광지 매력과 의료관광비용 등을 포함하는 의료관광산업 부문이 타 항목 보다 확연히 낮은 것이다. 목적지 환경 부문은 경제·안전·이미지·문화 등을, 시설 및 서비스 부문은 진료 품질·평판·환자 경험 등을 포함한다.
"아시아권에서 경쟁국 대비 고비용 가치 인식시켜야"
진 교수는 “여러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의료관광에서 개선돼야 할 핵심 영역은 비용”이라며 환자 경험 개선을 위한 대안을 내놨다.
그는 “비용 투명성을 높여 의료관광객들의 신뢰를 얻고 아시아 경쟁국 대비 높은 비용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의료관광 비용이 경쟁력이 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족한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이는 호텔 등에서 안내·쇼핑·투숙 등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모든 것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주는 가이드를 말한다. 진 교수는 이러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병원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1000여 개의 의료관광 기업들이 있지만 대부분이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치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기업들이 사업모델을 바꾸고 지침을 개발해서 의료관광객들에게 안전한 환자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진 교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영등포 국제 의료기관광 포럼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로 국가 인프라가 파괴되고 있으며 2~3년 정도 앞을 내다보며 외국인 환자 유치 회복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환자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5~10년 경력을 가진 코디네이터가 내몰리고 있다”며 “의료기관은 외국인 환자가 줄었다고 이들을 해고하지 말고, 그간 방문한 외국인 환자나 방문하려다가 취소한 환자와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정보를 주고 상태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KHIDI 의료서비스혁신단이 지난해 대한내과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 수는 2009년 6만201명에서 2018년 37만8967명으로 연평균 22.7% 증가했다. 누적 환자는 226만명에 달했다.
진료과별로는 ▲내과 통합 19.4% ▲성형외과 14.4% ▲피부과 13.7% ▲검진센터 8.9% ▲산부인과 5.3%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