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고해상도 생체현미경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은 5일 융합의학과 김준기 · 마취통증의학과 김성훈 교수팀이 진정효과가 있는 덱스메데토미딘 약물을 소동물에 주입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생체현미경으로 고품질의 형광 생체 조직 영상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현미경 분야 저명 학술지 ‘마이크로스코피 앤 마이크로애널리시스(Microscopy and Microanalysis, 피인용지수 4.099)’ 최신호에 게재됨과 동시에 해당 영상이 표지로 채택되는 영예를 얻었다.
신약 후보물질과 의료기기 결함 등을 걸러내기 위한 전임상시험에서는 소동물의 살아있는 조직과 세포를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생체현미경 영상이 많이 활용된다. 이때 영상이 선명할수록 전임상시험에서 이뤄지는 각종 진단과 치료법 평가가 고도화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광자 여기 현미경(two-photon excitation microscopy)과 덱스메데토미딘(dexmedetomidine) 약물을 이용해 소동물의 형광 생체 조직 영상을 획득한 후 연구를 진행했다.
이광자 여기 현미경은 생체현미경 중에서도 고사양으로 기존 생체현미경에서 발생하는 광표백이나 광손상 현상을 해결했다. 주로 공초점 현미경을 쓰는 기존 생체현미경은 백색광 사용으로 인해 형광 신호가 사라지거나 생체 조직이 손상을 입는 단점이 있다.
덱스메데토미딘 약물은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안전한 약물이다. 여러 포유류 종에서 유사한 효과를 내며 내약성(임상피험자가 부작용이나 불편을 견딜 수 있는 정도) 또한 우수하다.
그동안은 접착제나 여러 가지 고정 장치(스트로보스코피, 클램프, 핀, 정위 마운트), 영상의 운동보상 알고리즘과 같은 해결책을 써왔다.
하지만 이 방식들은 현미경의 광학 설정을 변경하거나 데이터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으며 추가 수술로 이어질 염려도 있다.
덱스메데토미딘 약물 주입은 앞선 방법에 비해 덜 침습적이면서 비교적 간단하게 소동물의 호흡과 같은 비자발적 움직임을 감소시킨다.
실제로 소동물에게 덱스메데토미딘을 주입하기 전과 후에 생체 내 이광자 형광 현미경 측정값을 비교한 결과, 약물 주입 후 호흡이나 심장 움직임이 안정화되면서 형광 이미지와 동영상 해상도가 개선됐다. 또 덱스메데토미딘 효과로 조직 내 혈류 속도가 감소한 모습도 관찰됐다.
김준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이미 FDA 승인을 받은 덱스메데토미딘 약물을 이용해 전임상시험에서 고정 장치나 추가 수술 없이도 생체조직 영상의 비자발적 움직임을 줄이고 고품질 생체현미경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술은 다양한 전임상 동물모델에 적용되는 것은 물론 임상 내시경의 고해상도 영상 촬영에도 충분히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