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걱정 많으면 병세 더 악화"…과학적 입증
삼성서울병원 김희철·신정경 교수 연구팀, 대장암 1362명 '디스트레스' 연구 분석
2023.02.21 10:28 댓글쓰기

같은 암을 진단받아도 걱정이 많은 환자에게 병이 더 치명적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원장 박승우) 암병원 대장암센터 김희철∙신정경 대장항문외과 교수 및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수술 분야 국제 권위지인 ‘미국외과학회지(Annals of Surgery, IF = 13.787)’ 최근호에 대장암 진단 때 환자 ‘디스트레스(Distress)’가 높으면 재발 및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수술 치료가 가능한 대장암 환자에서 진단 시 디스트레스와 재발 및 사망 사이 연관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스트레스란 암과 그 치료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통칭하는 말이다. 암 진단시 우울 및 불안과 함께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암환자의 약 40%가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정신종양학회는 디스트레스를 혈압, 맥박, 호흡, 체온, 통증에 이어 6번째 신체 활력 징후로 정의하고, 모든 암환자에서 진단, 재발, 완화치료 시작 때마다 디스트레스를 측정, 관리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룬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2014년 7월부터 2021년 7월 사이 원발성 대장암을 진단받고, 근치적 수술까지 받은 환자 1362명을 대상으로 ‘진단 시 디스트레스와 재발 및 사망률 상관관계’를 들여다봤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에서 개발한 디스트레스 온도계와 체크 리스트를 이용해 환자들의 자기평가(Patient Reported Outcome, PRO)로 디스트레스 점수를 매겼다.


연구팀은 디스트레스 점수에 따라 4점 미만이면 낮은 그룹, 4점부터 7점까지 높은 그룹, 8점 이상부터 매우 높은 그룹으로 나누고, 대장암 무진행생존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디스트레스 점수는 5.1점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가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 4점을 훌쩍 넘어섰다. 


"환자 70%, 암 진단부터 디스트레스 관리 필요"


전체 환자 61%가 디스트레스 수준이 ‘높음’에 해당됐고, 15%는 ‘매우 높음’으로 기록됐다. 환자 10명 중 7명(4점 이상 76%)은 암을 진단 받을 때부터 디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암 진단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당혹스럽고 힘든 경험’ 중 하나라는 사실이 재확된 대목이다.


질환 재발이나 사망 건수를 종합했을 때 진단 시 디스트레스 유해성은 더욱 분명했다. 1000인년당 디스트레스 낮음 그룹은 재발 및 사망이 50건, 높음 그룹은 67.3건, 매우 높음 그룹은 81.3건으로 확인됐다. 


진단 시 디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병(病) 재발이나 사망 위험도 덩달아 커진 셈인데, 낮음 그룹을 기준 삼아 상대적 위험도를 통계적으로 계산했을 때 높음 그룹은 28%, 매우 높음 그룹은 84% 더 높았다. 


특히 대장암 4기처럼 병세가 깊은 경우에는 진단 시 디스트레스로 인한 위험도 증가세 역시 훨씬  가팔랐다. 질환 재발이나 사망 위험이 진단 시 디스트레스가 낮은 그룹보다 높은 그룹은 26%, 매우 높은 그룹의 경우 153%로 대폭 상승했다.


환자들 어깨를 짓누르는 건 병으로 인한 두려움, 슬픔, 걱정과 같은 감정적 요소 이외에도 보험, 돈, 일, 육아 등 암 치료 후 뒤따라올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주로 꼽혔다. 디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이러한 고통도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희철 교수는 “진단시부터 환자들 치료 환경이 얼마나 준비됐는지 환자가 느끼는 디스트레스를 평가하고, 이를 치료 전에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주희 교수도 “앞으로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암 진단시 디스트레스를 중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