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의사들 기피 현상과 저출산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소아청소년과가 생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모색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최근 5년새 급락하는 전공의 지원율 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학회에 따르면 올해 소청과 전공의 충원율은 최종 27%로, 지난 2019년 80% 수준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인력 수급 난항에 따라 일부 병원에서 소아응급‧야간진료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보건당국은 최근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지원하기 위해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내놨다.
대책안에는 ▲24시간 소아응급 진료 제공 ▲소아응급 전담전문의 배치 ▲응급실 수용 소아환자 분담률 충족 등을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기준에 포함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영호 회장(경희의료원)은 “의료계가 요구한 내용이 상당 부문 반영돼 긍정적”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특별재정 활용 등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기존의 건강보험 재정은 한 전문과목에 재원이 집중되면 다른 과는 불이익이 발생하는 ‘제로섬 게임’ 구조로 재조정이 쉽지 않았다.
특별재정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 및 정부 등이 적극 나서 소아진료를 위한 별도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나영호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은 의료계 전체가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특별재정을 통해 소아입원 별도 수가 및 전담전문의 지원 등을 위한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 회복을 위해 내놓은 여러 정책이 올 하반기 내 가시화된다면 전공의 지원율 역시 장기적으로 개선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소아의료체계 개선 등 정부 대책 긍정적, 대통령 언급 특별재정 활용 도움"
"향후 10년간 전문의 감소하기 때문에 적정 전공의 수 연구"
하지만 나영호 회장은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공급이 늘어나는 데까지는 적어도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향후 10년까지는 계속해서 전문의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소아청소년과는 보통 한 해 180명 정도 전문의가 배출되는데 오는 2026년 전문의가 될 전공의는 55명 뿐”이라며 “6~7년 뒤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끝도 없이 떨어지는 출산율 역시 소아청소년과 인력 양성에 큰 문제 중 하나다.
나영호 회장은 “인구감소는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소청과 진료군은 태어나고 5~10년의 시간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결국 수요와 공급이 모두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에 맞춰 학회도 수련의 정원 감소를 논의 중”이라며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일부에서는 파격적인 수준으로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추가정원 등을 모두 합해 203명이다.
소아청소년과는 과거 전공의를 270명대에서 200명 초반대로 감축한 적이 있는데 당시 지방에서 인력난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컸다.
나 회장은 “전공의 정원은 한 번 축소하면 다시 확대하는 게 힘들어 고민이 많다”며 “전공의 정원 감축 필요성과 규모 등에 대해 전문 연구기관에 용역을 주고 연구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