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슐린 등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수송규제 기준 완화 개정안에 의료계가 제동을 걸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만큼 보다 엄격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식약처가 손질에 나선 '의약품 등 안전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의약품 안전성 유지에 필요한 과학적·객관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규제 완화는 의료현장 불안과 혼란 및 국민건강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20년 유통 중 상온에 노출된 인플루엔자 백신 사건 발생을 계기로 식약처가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콜드체인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뤄졌다.
문제는 갑자기 허들이 높아진 규정 탓에 인슐린처럼 소량 공급 및 배송 횟수가 잦은 생물학적 제제 의약품 배송을 포기하는 도매상들이 늘어난 것이다.
일부 생물학적 제제나 냉장·냉동의약품 수송 시 자동온도기록장치를 달고 수송용기를 교체해야 하는등 업체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일 주사해야 하는 인슐린과 같은 의약품 공급 부족현상이 발생하자 환자들 불만이 폭주했다. 이에 식약처는 의약품 도매업체 및 제약업체의 의견을 수렴해 규제 기준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가 의약품 안전 규칙 일부 개정령안이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 등 제조판매 규칙과 생물학적 제제 등 보관 및 소송에 관한 규정이 바뀌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생물학적 제제를 보관온도에 따라 3개 제품군으로 나누고, 제품군별 수송 시 온도관리(수기 기재 또는 자동 기록) 의무사항을 달리 부여했다.
3개 제품군은 ➊백신 및 냉장·냉동 보관 제품(고위험) ➋냉장 보관 제품 중 사용 시 일정기간 비(非)냉장 보관 가능 제품(중위험) ➌비냉장 보관 제품(저위험) 등이다.
제품군의 위험도에 따라 준수 의무가 달라진다. 인슐린 등 냉장 보관제품 중 사용 시 일정기간 냉장보관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군은 콜드체인이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이 된다.
냉장·냉동 보관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군도 콜드체인 의무에서 제외된다. 단, 콜드체인 없이 운송할 경우 출하증명서에 출하 시 온도를 기록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산업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개정안을 손봤다"며 "이번 개정령안을 통해 의약품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이 같은 규정 완화가 생물학적제제 운송 및 보관 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상 품목을 한정하거나 과학적 타당성이 입증된 제품에 한해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의협은 "최근 개정된 생물학적제제 보관 및 수송 관련 규정은 일정기간 보관 온도를 벗어나도 의약품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과학적 타당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해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과학적 근거를 고려해 식약처장이 정한 품목으로 한정하는 등 의약품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