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마미증후군 발생…15억 배상→'의사 무죄'
2심 판결 뒤집혀, "주의의무 위반 과실" vs "환자 후유증 발생 인과관계 불충분"
2023.03.20 05:25 댓글쓰기



수술 이후 환자에게 마미증후군이 발생한 사건과 관련, 수술을 집도한 의료법인이 1심에서 15억원 가량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으나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수술 도중 척추마취를 전신마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병원이 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봤으나, 항소심은 의료진 과실과 환자 후유증의 인과관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재판장 최현종)은 환자 A씨가 B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5년 10월경 우측 발목을 접질려 골절이 발생하자 B의료법인이 운영하는 C병원에 내원해 우측 발목 삼과골절을 진단 받고, 11월 척추 마취 후 개방정복술 및 내고정술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우측 발목 내고정기를 제거하기 위해 2017년 2월 22일 C병원에 입원했다.


C병원은 2월 23일 오전 7시 50분경 척추마취를 시행한 후 8시 15분경부터 내고정기 제거수술을 시작했다.


수술 도중 A씨가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진은 8시 25분경 척추마취를 전신마취로 전환했고, 수술은 9시 10분경 종료됐다.


A씨는 수술 직후부터 수술 부위 및 머리 통증 등을 호소했다. 이에 의료진은 척추마취 후유증으로 판단하고 11시 30분경 진통제를 투여했다.


또한 A씨는 수술 당일 오후 4시까지 요의(尿意)가 없었고, 두 차례 정도 자연배뇨에 실패하자 의료진은 오후 8시경 A씨에게 단순 도뇨를 시행했다.


이후로도 다리 통증과 더불어 자연배뇨를 하지 못하는 증상이 계속되자 의료진은 2월 26일 A씨에게 도뇨관을 삽입하고 배뇨장애 치료제를 투약했다.


하지만 도뇨관을 제거한 후에도 A씨의 배뇨 장애, 양측 하지의 근력 및 감각 저하 증상이 회복되지 않자 마취통증의학과와 비뇨기과에 협진을 의뢰했다. 


의료진은 2월 28일 A씨에 대해 요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 척수 및 신경근을 압박하는 소견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3월 7일 근전도 검사 시행 결과, 양측 요추하부와 요천추 부위 천골 병변 동반된 마미병변과 같은 다발성 신경근병증 암시 소견으로 임상증상 연관성 확인을 요한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C병원은 A씨를 마미증후군으로 진단하고, 재활의학과로 전과한 후 하지 통증 및 위약감, 배뇨 장애 증상에 대해 통증에 대한 약물 처방, 물리 치료, 근력 강화 운동 등 재활치료를 시행했다.


A씨는 현재 양쪽 하지마비 및 이로 인한 보행 장애, 신경인성 방광, 신경인성 장 등의 후유장애를 앓고 있고, 위와 같은 장애는 영구적인 것으로 예상된다.


A씨 “척추마취 실패한 과실로 마미증후군 부작용 발생” 주장


A씨는 병원이 척추마취에 실패해 전신마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비세균성 화학적 염증반응 등으로 척추손상이 진행됐다고 주장하며 약 2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는 “마미증후군, 유착성 지주막염은 척추마취의 전형적인 부작용으로 척추바늘에 의한 외상, 혈종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며 “병원이 척추마취에 실패한 과실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병원은 수술 직후 통증 등 임상증상을 통해 마미증후군을 의심하고 신속한 검사를 진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해 치료를 지연시켰다”며 “이로 인해 후유증이 고착화됐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A씨의 척추 마취 시행 과정에서 의료진이 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본 것이다


1심 법원은 “또한 A씨의 후유증이 의료진 과실에 의해 초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며 B의료재단에게 약 15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척추마취의 합병증으로 마미증후군이 발생하는 경우는 출혈로 인한 혈종이나 감염으로 인한 농양에 의해 마미가 눌리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판단이다.


2심 법원은 “가는 천자침에 의한 직접적인 신경손상과 국소마취제의 독성에 의한 마미증후군은 매우 드물다”며 “수술 도중 척추마취를 전신마취로 전환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후유증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A씨의 척수강이 아닌 정맥 등 다른 부위에 마취제가 주입됐다거나 마취 과정에서 화학적 오염이 있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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