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차 상대가치 제도 개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별다른 혜택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찰료 개편은 물 건너 갔고, 보상이 큰 다빈도 시술 및 처치는 상대적으로 적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임상보험의학회는 14일 SC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상대가치 워크숍을 갖고 바람직한 상대가치 개정 방향을 위한 토론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수가체계는 2001년 고시가에서 상대가치점수(RBRVS)로 전환했다. 지불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상대가치 제도를 도입했으나 20년 지나도록 불균형 및 적정 보상은 요원하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차례 상대가치 개편도 진행했다. 2008년 1차, 2017년 2차 개편을 통해 6개 유형 중 기본진료를 제외한 5개 유형에 대한 개편안을 도출했다.
문제는 진료과목, 유형 간 불균형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에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진행했지만, 전문가들이 도출한 3차 개편안에 대해 개원가의 불만이 상당하다.
그 이유는 3차 개편의 핵심인 진찰료 인상은 논의에서 제외됐고,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신의료기술, 처치 및 시술 행위 빈도가 적기 때문이다 . 특히 소아청소년과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민승기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부회장은 "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보면 종별 가산을 손보는 걸로 끝난다. 개원가의 경우 개편해도 지금과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3차 상대가치 화두는 진찰료 개편이었지만, 백지화됐다"며 "이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진찰이 의료행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3년간 동결됐다"고 덧붙였다.
민 보험부회장은 "제가 종합병원에 있을 때 환자 1명당 진료시간이 4분 이내였는데, 개원가로 나와보니 10분이 가볍게 넘었다. 그러나 진찰료는 낮으니 개선이 시급하다"고 재차 언급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진찰은 고도의 진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퉁치고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행위나 자원 소모량에 대한 적정 보상이 없으면 의료 발전이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3차 개편 실시해도, 상급종합병원 유리해서 종별 양극화 심화"
또한 의원은 종별 원가보전율이 낮아 저수가 문제가 더 심각하지만, 상급종합병원에 유리한 상대가치 개편으로 종별 불균형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상급종합병원 2인실 입원료가 급여화되면서 13~17만원 사이로 가격이 정해졌다. 반면 의원은 2인실 기준 2만원 정도로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질 관리료, 간호등급제 가산까지 더 하면 사실상 차이는 더 클 것"이라며 "기본진료비에 포함된 진찰료는 물론 입원료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상대가치 개편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다시 고시가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물론 반박 의견도 있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상대가치는 상대적인 점수만 균형을 맞춰주면 경영적 문제는 환산지수로 맞춰 조율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러나 상대가치를 반영할 만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았다. 또 한 가지는 산출하더라도 공급자 입장에선 자기 점수를 깎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환산지수로 동일하게 올려주고 상대가치는 중립을 유지하는 방식보단 필수의료와 인구 고령화 등을 반영해 진정으로 가치를 부여할 것을 전문가들이 판단하고 점수를 올려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특히 현행 시스템을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복합적으로 반영해주는 고시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일본, 대만도 적용하고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면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인석 보험이사는 "새로운 틀을 도입해 변화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기존에 사용되는 방식을 어떻게 개선할지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政 "상대가치 제도 문제 인정, 적정보상 방안 고민"
정부는 현행 상대가치제도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향후 개편 과정에서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운영분석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고,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적정 보상을 논의하기 위해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꾸렸다. 향후 가동할 예정이며, 패널 병원 등을 통해 적정 보상이 이뤄지는 방안을 조사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
정 과장은 "적정보상을 위해 제도적 접근 방안을 협의하면서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며 "필수의료가 적정 공급되지 않는 것은 적정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균형있는 제도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대가치개발부장은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진행 중으로, 가산 제도 중심으로 손을 본다"며 "내년 제도 도입을 앞두고 연구는 마쳤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2차 개편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반영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내부 상황을 전달했다.
그는 "상대가치 제도 시행이 20년이 지난 시점에 원가 기반의 탑다운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며 "정책 개편에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합의 과정의 합리성과 공급자들의 의견 반영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