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영이 백제약품 지분 인수와 관련해 기업 결합을 승인 받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유통사 지오영(대표 조선혜 회장)이 백제약품 지분 25% 인수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받으면서 인수가 빨라질 전망이다.
지오영은 지난 2002년 조선혜 회장이 설립한 이래 의약품 유통 시장 기반을 닦아왔다. 국내 약국 80%를 거래처로 확보해 의약품 유통 업체로 업계 1위다.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인수합병 등에도 적극적이다. ‘의약품 웹web 주문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는 등 IT서비스를 활용한 약국 운영 효율성 제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오영 이번 인수를 통해 의약품 유통을 기반으로 의료기기 구매대행, 헬스케어, IT, 의약품 3PL/4PL 등 신규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매출과 미래 먹거리 확보 등 동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포석이다. 최근에는 국내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해외 수출을 추진하는 등 헬스케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다만 지분 인수 승인에 따라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포함될 가능성도 커졌다. 지오영 입장에서는 내부거래 등을 공시하게 되면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위는 매년 연결기준 자산총액(공정자산)이 5조원이 넘어서는 기업집단을 선정하고, 이에 포함되는 기업들에 대해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시를 강화한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동일인(총수)과 친족 지배 회사 관련 자료와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모두 공시해야한다. 지배구조 등 노출을 꺼려온 회사들 입장에서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
특히 지오영은 수 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기업공개(IPO)를 꺼려왔던 만큼 대기업집단에 포함되게 되면 계열사 내부거래 문제 등 번거로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지오영, 자산 3조원대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포함 가능성
지오영은 지주사 조선혜지와이홀딩스, 22개 계열사를 포함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4조 2295억원을 기록했다. 지오영 개별기준 매출액은 2조 8605억원, 영업이익 602억원을 기록했다.
만약 백제약품을 실적을 포함하게 될 경우 매출로만 6조원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백제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2조 102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두 회사 자산을 합치더라도 당장 5조원에 아직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의 연결기준 자산총액 2조 2971억원, 백제약품 자산총액 5460억원을 더해도 아직까지 3조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 지분이 25%를 넘어가면서 관계사로 포함되지만 최대주주에 김승관 대표 등 지분이 75%여서 경영 전체에 관여하기는 어렵다. 자회사가 아니기에 연결기준 실적도 25%만 반영된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공정자산이 빠르게 증가해 온 것을 고려하면 5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오영의 백제약품 지분 추가 확대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장과 무관하게 자산이 5조원을 넘어설 경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계열사 전체가 비상장인 대기업집단도 있다"고 말했다.
지오영 관계자는 "백제약품 지분 인수 후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