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 사회 : 최근 필수의료나 공공의료 영역에서 인력 수급난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암 치료현장은 상황이 어떠한가.
허수영 암병원장 : 인력 문제는 전공의부터 펠로우, 주니어 스텝 등 여러 현안이 얽혀있다 보니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암 분야도 과거에는 사명감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특히 수술이 많은 분야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우홍균 암병원장 : 암 분야도 인력난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혈액종양내과와 같이 백혈병이나 림프종 다루는 영역은 전공의 기근이 심각하다. 수술이 많은 분야의 경우 인력난이 극심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우용 암병원장 : 암 분야도 대표적인 필수의료 중 하나인데 논의 과정에서는 등한시 되는 경향이 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암 환자, 특히 췌장암, 폐암 등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큰 문제로 자리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혈액종양내과는 비인기과로 전락했고 외과, 흉부외과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당직이나 중환자가 많은 과는 기피현상은 처참하다.
김태원 암병원장 : 방사선종양학과는 매년 미달이다. 그 중 병리과는 상황이 심상찮다. 최근 병리과 전공의 지원자가 2명에 불과했다. 이 얘기는 4년 후 병리과 전문의가 2명밖에 배출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회 : 수술이 많은 분야는 인력난이 더욱 심각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 같다.
이우용 암병원장 : 중환자, 응급수술이 많은 과는 기피 대상이다. 일례로 지난해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에서 이탈한 전공의 2/3가 유방, 갑상선, 혈관 등 당직이 없는 과로 넘어갔다. 췌장, 대장, 위, 간 등과 같은 당직이나 수술이 많은 과는 당연히 더욱 힘들어졌다.
허수영 암병원장 : 인력난이 계속되면 결국 기존 인력들 업무가 가중되고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하드웨어는 만들어진 상황인데 소프트웨어가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김태원 암병원장 : 최근 MZ세대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고 예전과 같이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특히 대형병원에서도 잘나가는 중견급 교수가 퇴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의료계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지원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바꿔야한다.
이우용 암병원장 : 작금의 필수의료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와 같다. 끓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 넣으면 바로 뛰쳐 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서서히 온도를 올리면 자신의 몸이 익어가는 것도 모르고 죽는다. 필수의료 역시 오래 전부터 서서히 붕괴되고 있지만 여전히 체감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다가는 빅5 병원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 : 인력난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필수의료 정의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가 나오지만 정부에서는 중증, 응급, 소아, 분만을 필수의료로 설정하고 있다. 필수의료 대책을 논의할 때 암 분야도 얘기가 오갔지만 응급이 아니고 병기에 따라 치료가 가능한 점도 있기에 최우선 순위에서 배제된 것 뿐이다.
사회: 인력 문제만큼 환자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빅5 병원을 '4차 암병원'으로 정체성 재확립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우용 암병원장 :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형병원이 일반 암 환자만 치료하는 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빅5 병원의 경우 기초적인 진료는 하면서 어려운 수술이 필요한 경우만 환자를 받는 모델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큰 병원은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고 이 플랫폼에 중소병원들이 들어와 협력하는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는 방안도 좋은 방법이라 본다.
우홍균 암병원장 : 정부에서는 환자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취지가 변질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외래환자 수를 일정 비율 줄여야 한다는 게 사업의 핵심인데 특별한 기준 없이 외래환자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
이우용 암병원장 : 정부에서는 병원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확실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외래환자를 줄이고 중증환자 비중을 높이는데 있어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아무런 보상도 담보하고 있지 않다. 이러다 보니 병원에서는 정부를 믿지 못해 선뜻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최진섭 암병원장 : 우리나라는 환자가 소견서를 제출하면 원하는 병원에 갈 수 있다. 의료를 민간에 맡겨둔 것인데, 사실 여기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1차 의료기관에서 병을 고칠 수 있는 환자가 소견서를 끊어 자기가 원하는 3차 의료기관에 가는 게 혼선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가도 문제지만 이러한 의료전달체계부터 손을 봐야한다.
허수영 암병원장 : 3차로 가고 4차로 가는 것은 일관성 있는 정책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 국민적 동의 및 법적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오랜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 정부에서도 정책을 만들 때 이해관계자가 기꺼이 정책에 동참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고 여론을 수렴해서 고칠 게 있다면 사후에라도 손질을 봐야 한다.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 : 4차 병원을 논하는 건 현재로선 앞서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의료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중요한 건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이 암을 치료하는데 질적 차이가 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암 중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사례를 모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활발히 공유해야 한다. 지역의료가 발전해야 전체적인 우리나라 의료의 질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