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과 직접 연결돼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혈관. 바로 ‘대동맥’이다. 대동맥은 신체 내 가장 큰 혈관으로, 혈액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급하기 위해 높은 압력(혈압)에 노출돼 있다. 대동맥 질환은 보통 나이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유전적 요인 등으로 대동맥의 벽 강도가 약해져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 대동맥 질환 환자는 6000여 명으로 파악됐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대동맥 질환을 담당하는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환욱 교수를 만나 대동맥 질환 추이와 일련의 치료 과정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국 대동맥 질환 사망률 2~3%,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성적"
김환욱 교수는 “대동맥 혈관은 통상 혈액이 나가는 고속도로 같은 기능을 담당한다”며 “파열 및 찢김, 혈관 벽에 큰 혈종 같은 게 생기는 질환을 통틀어 대동맥 질환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대동맥 질환이 발생하면 환자들은 위증도에 따라 수술적 치료나 또는 내과적 치료 등을 병행한다.
‘골든타임’이 사망률을 좌우하는 급성기 질환인 만큼 증상 발생 시 즉각적인 병원 이송 및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김환욱 교수는 “대동맥 질환 사망률은 급성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며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 담당하는 질환은 응급인 경우가 많아 빠른 시간 내 수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대동맥 질환 수술 후 사망률은 2~3%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며 대동맥 질환 치료 분야 역시 환자의 몸을 직접 절개하는 수술적 치료에서 시술적 치료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김환욱 교수는 아직까지 대동맥 질환은 수술적 치료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동맥 수술에서도 시술적 치료가 보편화 되고 있다”며 “하행 대동맥이나 복부 대동맥 등의 경우는 위치와 병변 크기 등에 따라 시술적 치료로 많이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상행 대동맥 등에 문제가 생겨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시술적 치료는 수술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보조적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동맥센터 분리해서 소방서 등 핫라인 구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은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대동맥 및 말초혈관센터 등 3개의 임상센터와 기능적 센터인 하이브리드수술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진료 범위와 질병 특성 등을 고려해 대동맥센터와 말초혈관센터를 분리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 병원 대동맥 및 말초혈관센터는 한 해 평균 150~200건의 대동맥 질환 수술적 치료를, 200~250건의 시술적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김환욱 교수는 “대동맥질환과 말초혈관질환은 진료 범위가 넓고 특성이 다소 달라 한 센터에서 담당하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 현재 조직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분리된 대동맥센터는 심장혈관흉부외과와 혈관이식외과, 순환기내과 등이 한 팀으로 모여 대동맥 질환의 전반에 걸쳐 수술과 시술을 다룬다.
그는 “향후 센터는 당장 수술이나 시술적 처치가 시급한 환자를 제외한 모든 대동맥 환자를 대상으로 다학제 진료를 통해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아 치료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골든타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센터를 통해 보건소나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 별도의 핫라인을 구축해 응급수술 및 시술이 가능하도록 치료 시스템 강화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위험 감내하고 수술한 의료진에 거액 배상 판결, 열악한 의료전달체계 파괴 우려된다"
김환욱 교수는 최근 수술결과와 관련해 의료진에게 고액의 과실 책임을 묻는 법원 판단이 잇따라 발표된 것과 관련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최근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 선천성 심장기형 환자 치료를 위해 심장수술을 시행한 의사에게 9억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동맥 질환은 생명과 직결될 뿐 아니라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고난도 수술이 많다.
그는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질환 중증도가 많아 사망률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며 “질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인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다면 의료전달체계에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술 후 나쁜 예후를 고려해 상급병원이나 수도권으로 전원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도로 위에서 환자를 잃는 경우도 적잖다”고 덧붙였다.
김환욱 교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위험군 수술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술 결과에 의료진 과실이 있다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고위험 수술의 경우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동맥 질환과 같은 고위험군 질환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들의 충분한 이해를 비롯한 고된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의 노고를 인정해 주는 사회적 기반 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