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을 이유로 정부의 뇌전증 로봇수술 지원사업이 중단되면서 진료현장에서 우려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2021년 삼성서울병원, 2023년 해운대백병원이 7억원 상당의 수술로봇을 지원 받았지만 내년도 예산 전액 삭감으로 차순위 보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뇌전증지원센터 홍승봉 센터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뇌전증 수술로봇 지원사업 예산 확보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홍승봉 센터장은 "암, 갑상선암, 전립선암 로봇수술은 환자 선택 사항인 반면 뇌전증 로봇수술은 필수"라며 "로봇이 없으면 뇌 안에 전극을 삽입하는 뇌전증 수술을 못한다"고 토로했다.
뇌전증수술팀이 있어도 수술로봇이 없어 수술을 못한다는 얘기다.
센터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에도 수술로봇 지원이 필요하다. 이후 광주, 대구, 대전, 전주, 춘천, 제주 지역에도 지원해야 한다.
수술로봇의 정부 지원금은 6~7억원이다. 한번 구매 시 10~20년 사용 가능해 실질적으로 1년에 3000만원을 지원한다는 계산이다.
뇌전증, 약물치료보다 수술적 치료가 전반적 의료비용 '감소'
국내 뇌전증 치료 현황을 압축하면 "뇌전증 약물 치료는 세계 최고, 수술은 꼴찌"로 대변된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현재 퇴직)가 지난 2015년 NEC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 약물 치료 비용은 연간 약 1500억원이지만, 수술 2~5년 후 약물 사용량은 26%, 전체 의료비는 50% 감소했다.
즉 뇌전증수술을 지원하면 의료비용이 훨씬 절감된다는 얘기다. 결국 로봇 1대는 매년 뇌전증 환자 수 십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반면 수술을 받지 못하면 돌연사 위험이 30배까지 높아진다.
수술 격차 심화 '미국 3500건', '일본 1200건', '한국 100건'
뇌전증수술은 약물난치성뇌전증 환자들에게 필수 의료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주요 국가의 수술 건수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뇌전증 수술은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치료법으로 정부가 관리하지 않으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키 위해 뇌전증 수술 모니터링 및 지원을 위한 복지부-수술병원-뇌전증지원센터가 참여하는 뇌전증수술센터 관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홍승봉 센터장은 "미국의 연간 3500건, 일본 1200건에 비해 한국은 100건으로 너무 적다"며 "1년에 300~400건으로 늘리기 위해 5년 동안 중장기적으로 전국 15개 이상의 중증뇌전증치료센터를 지정하고 수술로봇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뇌전증 수술의 높은 난이도로 단일병원에서 소화 가능한 수술 건수는 연간 10~30건에 그친다.
반면 한국에서 뇌전증 수술이 시급히 필요한 중증난치성뇌전증 환자는 약 3만7000명이며,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는 약 12만명으로 급증한다.
더욱이 매년 약 1000명의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들이 신규 발생하는 실정이다.
세계적 석학 "뇌전증 수술 필수" 강조
그는 “뇌전증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위스 Ryvlin 교수는 수술로봇이 없으면 수술 정확도가 떨어지고 뇌출혈 위험이 커 반드시 수술 로봇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숙련된 전문의가 뇌전증 수술 전극 개를 뇌 삽입할 시 1개당 약 30분이 소요된다. 20개를 삽입 시 총 600분(10시간)이 소요되며 정확도 역시 낮아진다.
하지만 수술로봇의 경우 100분 내 20개 전극을 뇌 안에 정확하게 삽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5년간 60억원을 투입해서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수술로봇 총 10대를 일선 병원에 지원하면 상당 기간 뇌전증 수술 문제가 해결된다.
즉 수술로봇은 10~20년 사용해 도입 후 더 이상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는 "5년간 60억원을 투입하면 매년 300명 이상 어린이와 젊은 뇌전증 환자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6개 뇌전증 수술병원 의사들은 복지부와 수술 대책 회의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