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경찰과 검찰에 동시 고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규모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단체 집단행동을 우려해 각종 행정명령과 과잉 대응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데 대한 맞대응이다.
전공의 1만5000여명 폰번호 확보…소청과의사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경찰 고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 의료인력정책과 담당 공무원을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 협박죄, 강요죄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복지부가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약 1만 5000여 명의 개인 연락처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이유에서다. 임 회장은 특히 복지부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업무개시명령 등 전공의들을 겁박할 목적으로 이용하겠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을 지켜야 할 행정기관인 복지부가 국민 기본적 인권조차 무시하고, 전공의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이를 이용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을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가 한 짓은 20세기 나찌(나치), 스탈린, 김일성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국가권력을 이용해 감시하고 사찰 했던 것과 다름 없다"며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지 나찌 치하 독일인지, 스탈린 치하의 소비에트 연방인지, 일당독재체재 북한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 무도무법한 인권유린과 헌법유린을 저지른 장차관과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최대집 전(前) 의협회장,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 업무방해 등 직권남용 고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전(前) 회장 역시 같은 날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수련병원에 대한 업무방해죄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특히 최 전 회장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1만5000명 전공의 휴대전화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밝힌 점을 두고 현행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박 차관은 지난 8일 언론 브리핑에서 "전공의들 연락처를 정부가 확보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도 "(업무개시명령) 문자 송달을 위해 연락처를 확보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체 전공의들의 개인 휴대전화번호 파악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최 전 회장은 또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 가능성을 이유로 전국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 수련병원에 대한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최 전 회장은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시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장관이 내린 것은 수련병원들의 인사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로 명백한 업무방해죄"라며 "의무 없는 자들에게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 점 역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 행위를 일삼고 있는 복지부 공무원, 또 여러 부처의 공무원들의 위법 행위 사실과 증거를 확보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원 고발 조치해 반드시 응징 단죄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정부 "일부 의사들이 젊은 의사 투쟁 부추기고 있어…가짜뉴스 퍼트리지 말 것"
의료계 주요 인사들의 릴레이 고발이 이어지자 정부도 즉각 멈출 것을 촉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박민수 차관은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과거 의사협회 회장 등 주요 직위를 역임한 일부 의사들이 투쟁을 부추기고 있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며 "젊은 의사에게 투쟁을 부추기는 행위를 즉각 멈춰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잘못된 사실이나 왜곡된 내용을 퍼뜨리는 행위도 멈춰주기 바란다"며 "의료계 얼굴이자 모범이 돼야 할 분들의 도가 넘는 발언 등으로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키는 대다수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고 현장의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을 멈춰 주시기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박 차관은 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신상 털기, 욕설 등으로 공무원이나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전문가분들에게 폭력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멈춰달라"며 "의료인과 국민 여러분도 일부 의사의 가짜뉴스에 흔들리지 마시고 반드시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젊은 의사를 향해서는 정부와 대화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차관은 "정부는 전임의, 전공의,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원하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다"며 "정책에 대해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개진해 주길 바란다. 더 좋은 내용이라면 정부는 과감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여러분, 전공의 진로 선택을 포기하는 등 자신의 인생 진로의 큰 영향을 주는 행동 방식의 투쟁은 삼가주기 바란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정책 내용의 상당 부분이 잘못 알려져 있는 것이 많아 큰 결정을 내리기 전에 꼼꼼히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