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여파…"대체 투입·처방전 리필" 제기
한의협 "한의사 인력 역할 확대" 약사회 "한시적 도입 등 약사 역량 활용"
2024.03.03 06:57 댓글쓰기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던 지난 2020년 8월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의사 가운을 벗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본격화하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의사를 제외한 타 보건의료단체들이 각종 대책안을 내놓으며 입지 확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한의계에서는 의사들 휴진을 대비해 진료현장에 한의사를 적극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약사계에서도 만성질환자에 대한 처방전리필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양의계 파업에 대비해 평일 야간 진료 및 공휴일 진료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 불편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필수의료 분야에서 한의사 인력 투입 확대 정책을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한의사협회는 "국민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진료 총파업을 운운하고 있는 양의계 무책임한 행태에 분노한다"며 "이로 인해 발생할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고 국가의료체계 근간이 무너지지 않도록 의료인으로서 진료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협에 따르면 대한민국 의료계는 한의와 양의로 이분화 돼있으나 양의계 의료독점과 양의계 편향 정책 및 제도로 인해 심각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불공정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제2, 제3 진료공백 사태에 따른 대혼란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의계 입장이다.


이에 한의협은 전국 한의원과 한방병원, 한의과대학부속병원을 중심으로 '평일 야간 및 공휴일 진료 확대'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협회는 모든 회원에게 진료 확대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를 발송한 상태다.


한의협은 "국가로부터 면허를 부여받고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인까지 받은 세계가 인정한 우수한 의료인력인 한의사를 언제까지 양방 눈치만 보며 방치만 할 것이냐"며 "이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관계당국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 300여 명이 2월 15일 오후 7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최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반대 궐기대회.

한의계는 또 양의계를 향해 특권의식과 선민의식을 버릴 것을 촉구했다.


한의협은 "의료인으로서 기본적인 소양마저 버리고 환자의 애절한 절규를 외면한 채 진료현장을 떠나는 양의계 도 넘는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지금이라도 깊은 반성과 함께 이성을 찾고 진료현장에서 맡은 바 본분에 충실하라"고 꼬집었다.


이어 "양의계는 이번에야 말로 케케묵은 특권의식과 삐뚤어진 선민의식을 버리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 외쳤던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 하겠다'는 다짐의 실천에 진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약사계 의사 파업 두고 '습관성 파업' 비판…처방전리필제 도입 주장


최근 약사단체에서도 의료계를 대상으로 규탄 목소리가 나왔다.


약사들로 구성된 '약사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양의계 파업을 두고 '습관성 파업'라고 표현하며 만성질환자에 대한 처방전리필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약준모는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의료현장에서는 의사단체 집단행동으로 인해 말기암 환자마저 수술 일정이 밀리며 심각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20년(의대증원-공공의대 설립 반대)과 2023년(간호법 제정 반발) 의사단체 파업 선언을 언급하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습관적 파업'이라도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한참 밑도는 수치고, 무너져 가는 지역의료,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의대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2020년 의사 총파업 시위 모습.

약준모는 정부를 향해서도 약사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경질환 환자와 만성질환자 의약품 재처방 수요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인 약사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약준모는 "약국은 환자 약력관리가 가능한 유일한 직군이며, 이미 개별약국에서는 환자 복약내역을 확인해 관리하고 있다"며 "만성질환자에 대한 처방전 재사용도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만성질환자 처방전 재사용은 국민 대다수가 원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 일부국가 등에서 널리 시행 중인 정책으로 민건강보험 재정 보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준모는 또 유럽 각국을 비롯한 다양한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일부 의약품에 대한 약사 처방권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독점 권한을 악용하는 의사들 행태를 막고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안전이 검증된 일부 의약품 및 특정 사례에 대해 약사 의약품 처방권을 지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약준모 입장이다.


약준모는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의사단체 집단행동이 최소한의 기간으로 최대한 빨리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며 "약사들은 그 기간 위기에 빠진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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