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사법조치를 강행하고 의대생 유급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의대 교수들의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교수들은 개별 또는 의대별로 성명 발표, 삭발, 보직 사퇴에 그치지 않고 종단에 집단사직까지 예고하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정부와 맞서기 시작했다.
14일까지 서울대, 울산대, 대구가톨릭대, 경상국립대 등 4개 대학의 교수들이 집단사직을 결의한 것을 비롯해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곳만 20곳을 넘겼다.
울산의대‧서울의대, 빅5 병원서 구체적 집단행동 촉발
울산의대 교수들은 의대 중 처음으로 집단사직에 합의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오후 긴급총회를 열고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소속 교수 254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를 결정했다.
비대위는 "울산의대 전(全) 교원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사직서는 각 병원 비대위에 자발적으로 제출하되 접수 방안과 일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한발 나아가 집단사직 일정을 구체화했다.
서울대‧분당서울대‧보라매병원 교수들은 지난 11일 오후 긴급총회를 열고 "정부가 사태 해결에 진정성 있게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 집단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못박았다.
연세의대 교수협은 지난 11일 비대위를 출범한 데 이어, 오는 18일 회의를 열어 사직을 포함한 집단행동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성균관의대 교수협은 "지난 13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 및 기초의학교실에서 500여 명의 교수들이 참석해 금주 비대위 출범을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잠잠했던 가톨릭의대 교수협도 12일 첫 성명을 내놨다.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8개 병원과 의대 기초교실에 근무하는 교수들로 구성된 가톨릭의대 교수협은 이날 성명에서 "현 사태가 계속된다면 외래‧수술 등 진료를 축소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립의대 교수들 "전공의 처벌 시 좌시않겠다"
대규모 증원이 확실시되는 국립의대의 교수들 역시 적극 반발에 나섰다.
전국 10개 국립의대 중 8개 의대는 단독으로 성명을 냈고 그중 6개 의대는 집단행동을 시사했다.
특히 충북의대는 기존 정원 49명에서 250명으로 5배가량 증원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반발이 크다.
이에 충북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13일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이달 18일께 사직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경상국립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같은 날 회의를 연 가운데, 전체 교수 260명 중 217명이 참석해 약 89%에 이르는 193명이 사직서 제출에 찬성표를 던졌다.
구체적인 사직 제출 시점은 향후 투표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전북의대 교수협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북의대 및 전북대병원 소속 교수 중 82.4%가 개인의 의지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12일 회의에서는 비대위 결성을 결정했다.
충남의대,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교수 370명으로 구성된 충남대병원 비대위도 지난 11일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향후 개인 의지에 따라 사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전체 교수 중 93%가 사직을 포함한 적극적인 행동 필요성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부산의대 교수협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지 않고,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처리와 대량 학생 휴학이나 유급이 도래한다면 어쩔 수 없이 우리 의대 교수들이 사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강원의대 교수 10여명이 지난 5일 현재 정원 대비 약 3배 규모의 증원을 신청한 대학 측에 반발해 삭발식을 거행했으며, 경북의대도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정부와 각 대학 본부를 규탄했다. 제주의대는 오는 15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19개 의대 사직서 제출 여부 촉각
사립의대 교수들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지난 12일 서울의대 비대위를 중심으로 결성된 전국 비대위 등을 통해 목소리 높이고 있다.
인제의대와 순천향의대는 일찍이 지난달 21일과 22일 각각 성명을 내고 제자들에 대한 처벌을 우려했다.
순천향대 서울‧부천‧천안‧구미병원 등 4개 병원 교수진은 지난달 22일 성명에서 의대 증원 계획 철회, 전공의 행정처분 중단, 의료정책 근거 수립 등 세 가지를 요구하며 "전공의들에 부당한 조치가 취해진다면 우리 교수들은 그들의 편에 서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고려의대, 경희의대, 원광의대, 영남의대, 건국의대, 건양의대, 아주의대, 대구가톨릭의대, 계명의대, 단국의대, 중앙의대 등 11개 의대에서도 "전공의 처벌 시 함께 행동하겠다"는 뜻을 공고히 했다.
특히 대구가톨릭의대 비대위는 지난 12일 전체 176명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응답자 123명 89.4%가 '전공의 제재 발생 시, 사직서 제출'에 동의했다.
한편, 전의교협은 지난 9일 서울서 긴급총회를 연 데 이어, 오는 14일 재차 회의를 열고 의대생 휴학과 전공의 행정처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14일 회의에서 사직 결의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전국 의대 교수들이 스스로 사직하거나 사직 의향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공유했다.
또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제주대, 원광대, 인제대, 한림대, 아주대, 단국대, 부산대, 경상대, 충남대, 강원대, 계명대, 충북대, 한양대, 대구가톨릭대 등 19개 대학 의대 비대위가 참여한 전국 비대위는 지난 12일 첫 회의를 열고 오는 15일까지 교수 사직서 제출에 대해 각 대학 교수와 수련병원 임상진료 교수들 입장을 물어서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