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수련병원 진료 허용…실효성 논란
법적책임‧보상기전 등 걸림돌 많아…지원 사례도 드문 실정
2024.04.16 06:02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 되면서 정부가 수련병원 내 개원의 의료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정작 병원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장 1인 체제로 운영되는 개원가 특성상 자리를 비우는 게 여의치 않고, 일과 후나 주말 등 휴식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정부의 의료공백 극복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수련병원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 관련 법적책임은 물론 지원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아 유인기전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0일부터 개원의도 수련병원 등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였다.


특히 의사 집단행동으로 의료현장에 남은 인력의 피로도가 누적됨에 따라 개원의들이 전공의가 자리를 비운 수련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원칙적으로 소속된 의료기관 내에서만 진료해야 한다. 하지만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 단계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수련병원 의료인력 공백으로 인한 종합병원, 중소병원으로의 환자 집중 사태에 따라 수련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에서도 복수근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근무형태도 △주 5일, 40시간 이상일 경우 ‘상근’ △주 3일, 20시간 이상일 경우 ‘비상근’ △주 3일 미만, 20시간 미만인 경우 ‘기타’로 구분했다.


하지만 개원의들의 수련병원 진료가 허용된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개원의들의 참여율은 극히 드문 상황이다.


개원의 대부분이 본인이 운영 중인 의료기관 문을 닫고 수련병원으로 향하기 쉽지 않고, 일과 후 지원에 나서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일과 후에는 수련병원에서 응급실 등 특정 진료과 의료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의료대란에 힘을 보태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응급실 근무나 수술이 가능한 진료과 개원의들의 경우 혹여 의료분쟁 발생시 법적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기존 의료진과의 역할 분담 등을 놓고 갈등의 소지를 감내해야 한다.


보상체계 역시 걸림돌이다. 정부는 수련병원에서의 개원의 의료행위 허용 방침만 내놨지 그에 따른 보상기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제도 상으로는 개원의가 수련병원에서 이뤄진 의료행위에 대한 진료비를 청구해 수가를 받아야 하는 구조다.


그나마 수련병원 측에서 별도의 보상체계를 발현하면 다행이지만 심화되는 경영난을 감안하면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경남 지역의 한 응급의학과 개원의는 본인이 운영하는 의원의 진료를 마친 후 야간에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돕기로 했다가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보상이 아닌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지방자치단체의 ‘불가’ 방침 때문이었다. 중앙정부의 복수진료 허용 결정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당 의사의 문의에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독한 행정편의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황당한 사례”이라며 “개원의 수련병원 한시적 진료허용도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일침했다.


이어 “전공의 빈자리를 개원의가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며 “의료현장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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