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반발한 젊은의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차기 의료계 수장이 이들을 독려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선배의사로서 젊은의사들의 절망감을 헤아린 지원이라는 평가와 함께 의사인력 해외 유출에 조력하는 것은 의료계를 이끌어 갈 수장으로써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지난 23일 재미한인의사회(KAMA) 임원들과 만나 한국에서 벌어진 정부와의 갈등 문제를 설명하고 추후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임 당선인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졸속 정책으로 한국 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한 만큼 미국 의사 사회도 비정상적인 한국정부의 폭압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연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사직 전공의들의 미국 진출과 관련해서도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재미한인의사회 측은 전공의들 사직 사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현 사태 해결을 위해 대한의사협회를 지지할 것을 약속했다.
KAMA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많은 젊은의사들이 미국 진출을 고려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임현택 당선인은 개인 SNS에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 젊은의사들의 해외수련을 위한 비자 발급에 필요한 추천서를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미국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복지부가 비자 발급에 필요한 추천서를 거절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볼때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도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해당 사안은 임현택 당선인이 SNS에 공유하면서 급속히 퍼져 나갔고, 급기야 복지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곧바로 추천서를 발급하며 일단락 됐다.
임 당선인은 “언론 보도 후 복지부가 추천서 발급을 진행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라는 소식을 전하며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의협으로 연락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놓고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젊은의사들은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 행태를 지적하고 함께 맞서주는 선배의사’, ‘사직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는 후배들을 챙기는 세심한 리더’라는 반응이다.
반면 시니어 의사들은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의료계 수장이라면 그들의 현실 도피를 돕기보다 그 현실을 타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한편, 의과대학 증원 사태 이후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젊은의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지난 2월 20일 미국의사고시 준비 사이트는 동시 접속자 초과로 다운되기도 했다.
한국의료에 절망한 젊은의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연출된 상황이었다. 영어실력이 출중한 젊은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환멸을 느껴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예비의사인 의대생들 역시 해외 진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 의대생단체 투비닥터 설문결과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인 의대생은 1.9%에서 의대 증원 발표 이후 41.3%로 폭증했다.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인 국가로는 미국(67.1%)이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