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기초·의사과학자 양성 계기돼야"
허영범 대한기초의학협의회 부회장
2024.06.29 06:38 댓글쓰기

 의료대란 속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기초의학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닌 기초의학자, 의사과학자 등을 양성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학 발전의 근간이 되는 기초의학 분야에 우수한 인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의학교육 환경 조성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대한기초의학협의회 허영범 부회장(경희대 의대 학장, 사진)을 지난 28일 제31회 대한기초의학 학술대회가 열린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만났다. 


Q. 기초의학 학술대회 현장 분위기가 뜨겁다

그렇다. 의대에서 기초의학 교육과 연구에 참여하는 모든 학회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여서 학회장이 발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교수, 학생, 연구자 등 1340명이 넘는 인원이 등록했다. 올해는 '혁신적 기술과 기초의학 만남'이란 주제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노벨상 수상자인 스탠포드대학교 Carolyn Ruth Bertozzi 교수의 강의는 물론 백신기술 개발에 대한 의대와 산업계의 연구 및 산업화, 기초의학 혁신 및 기초의학연구의 기술사업화에 대한 법적인 절차와 재정지원과 같은 실무적인 강의 등도 마련됐다.


Q. 혁신적 기술과 의학이 융합된 'K-바이오헬스'가 미래 먹거리로 주목되고 있다. 이에 기초의학자와 의사과학자 양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의료산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미래 주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의사과학자 양성을 몇 년전부터 주요 지원분야로 보고 연구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각 의과대학에서도 교육과정 개편 등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에 필요한 교과목 신설과 학생연구지원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초의학 육성 위한 교육환경 조성·지원 절실"

"의사과학자 선배 미래는 의대생 진로 결정에 큰 영향"

"갑작스레 많은 타과 교수 채용하면 상당기간 정상적인 기초의학 교육 어렵다"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접목 중개연구비 지원 확대돼야"


Q. 의대 증원이 이뤄지면 의사과학자 양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가 있는데, 교육현장에선 어떻게 보는지

정부가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입학정원 확대를 하는 것은 지역의료 확충, 필수진료분야 인력 증원이 주된 목표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의대 학생 수가 많아지면 미래에는 연구분야로 진출하는 의사도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최근 기초의학연구 및 의사과학자로 진출하는 의사 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증원된 인원이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6~7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면 그 사이에 우리나라 의대 교육과 의사과학자 양성은 큰 위기에 처할 것이다. 지금 같이 혁신적인 기술혁명 시대에 6~7년을 아무 기약없이 기다린다면 K-바이오헬스, 의료산업은 세계 선도그룹에서 도태되고 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졸업하는 3000여명의 졸업생 중에서 많은 의대 졸업생이 의사과학자 길을 갈 수 있도록 시대에 맞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증원된 학생들이 졸업하는 6~7년 후라도 의대 졸업생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의사과학자 길을 지원하는 인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의사들은 선배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참고하기 때문이다.


Q. 대한민국 기초의학 육성 방안은

기초의학 육성을 위해선 기초의학 분야 교수와 대학원생에 대한 연구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기초의학 교수는 병원에 근무하는 임상의학 교수와는 다르게 대학에서 학생교육과 연구를 주로 담당한다. 연구시설과 연구비 지원을 국가에서 책임지고 지원을 해야 기초의학 분야 학문 발전과 교육자 양성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같은 의대 졸업생인 경우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전공자간의 경제적인 격차도 현재 의대 졸업생이 기초의학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에 대한 격차 해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이 돼야 기초의학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기초의학을 전공한 의대 졸업생이 교수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력 양성 방안도 필요하다. 


Q. 의대 증원 시 대학별로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타과 교수 영입도 고려한다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기초의학 교수에는 의과대학 전 과정을 이수해서 임상의학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의사 출신과 타학과를 졸업하고 연구우수교수로 의대 교수로 임용된 분들이 섞여 있다. 타 전공자도 의대 기초의학교실에서 학위과정과 조교 경력을 갖춰 의대생들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 기초의학 교육에 참여해도 큰 문제가 없다. 현재 의대에 타학과 졸업자가 교수로 임용되는 경우는 우수한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 의학연구에서 기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임용된다. 따라서 타학과 출신 교수들은 상당 기간 의학 관련 강의는 최소한으로 참여하며 의학지식을 쌓고 서서히 강의 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교수가 부족하다고 이과계열 등 타과 교수를 갑자기 많은 인원을 영입한다면 상당기간 정상적인 기초의학 교육이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Q. 기초의학이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의 주춧돌이 되기 위한 방안은

기초의학이 임상의학과 접목해서 실용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중개연구비가 더 확충돼야 한다. 또한 기초의학 연구성과가 바이오헬스, 디지털헬스 산업과 연계돼 최종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이번 학술대회 발표세션에 있는 것과 같은 '기초의학연구 기술사업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기관과 프로그램이 있다면 더 많은 기초의학 연구자가 바이오헬스 산업에 진출해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댓글 2
답변 글쓰기
0 / 2000
  • 가짜판새 06.29 15:32
    의전원 설치할 때랑 똑같이 나불거리고 있네. 기초의과학을 하려면 대우를 해주면 된다. 이것도 낙수 기대하네
  • 그렇조 06.29 17:31
    월급 더 많이 주고 실험실 등에 더 많이 투자하고.

    알고보면 쉬운 일인데 왜 안될까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