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 파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법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더욱이 해당 법안은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직접 준비 중으로, 의료계는 아직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의사들 집단행동을 법으로 금지시키는 일명 ‘응급실·중환자실 환자 보호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의사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비우고 나가는 파업 행태를 더 이상 반복되게 놔둘 수 없다는 게 법안 발의 취지다.
해당 법안은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은 최소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필수유지업무’로 규정하고, 담당 업무 경중에 따라 처벌 강도 역시 달리 적용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응급실‧중환자실 환자 보호법’ 발의 유력
핵심 내용은 ‘파업금지법’이지만 ‘응급실‧중환자실 환자 보호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 의원은 의료대란 사태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발의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당 법안이 지목한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힘겨운 상황에서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사수하기 위해 진료현장을 지켜온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 입장에서는 당혹감을 넘어 분노에 찬 반응 일색이다.
A대학병원 응급의학과장은 “국가가 우리를 거리로 내몰더니 이제 야당이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내고 있다”며 “필수의료 의사들은 목소리도 내지 말고 일만 하라는 소리냐”고 성토했다.
이어 “의사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은 국가가 강제 해서가 아닌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 때문”이라며 “해당 법안은 그 사명감까지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교수들은 지쳐 떠나고, 병원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는데 이러한 법안은 의사들을 자괴감을 빠뜨리고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법안을 준비하는 국회의원이 의사 출신이라는 게 더욱 충격적”이라며 “의사 파업을 법으로 금지시키는 게 진정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의사 파업 금지법’은 지난 제21대 국회에서도 추진된 바 있다.
지난 2020년 장애운동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의사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의료행위를 중단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공의 등 의사들이 집단으로 진료거부에 나설 경우 필수의료 공백에 따른 국민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초래되는 만큼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번에 김윤 의원이 추진하는 개정안 역시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을 필수의료 유지 업무에 포함시키도록 한 부분에서 최혜영 의원의 법안과 맥(脈)을 같이한다.
현 노동조합법에는 업무가 정지, 폐지될 경우 공중의 생명과 건강,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를 필수유지 업무로 정의하고, 제한적인 쟁의행위만을 허용하고 있다.
김윤 의원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을 필수의료 유지 업무에 포함시켜 관련 분야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미 현행법에도 같은 맥락의 규정이 명시돼 있는 만큼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응급의료법 제3장 제6조에는 응급의료 종사자는 응급환자를 항상 진료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업무에 성실히 종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시행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C지역응급의료센터장은 “이미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법이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내용을 추진하는 것은 입법 낭비”라고 일침했다.
이어 “필수의료 의사들을 강제로 묶어 두려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들이 진료현장을 지키고 싶어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