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율이 전체 산업군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7일 국내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 20여개 기업 중 절반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하지 않는 등 공시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조사한 업종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28곳 중 14곳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하지 않는 등 공시율이 50%로 집계됐다.
가장 공시율이 높았던 산업군은 건설·조선(100%), 금융사(100%)로, 이어서 물류·무역 (94%) 등 업종도 공시율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는 15개 산업 중 꼴찌였다.
ESG 지속 가능경영보고서는 기업이 ESG 요소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문서화한 보고서로, 주로 기업이나 투자 기관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비교하기 위해 사용된다.
국내 제약사들도 2030년부터 상장사를 대상으로 시행될 ESG 정보 공시 의무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의 사회책임경영활동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최근까지 ESG경영을 표방하는 상위 제약바이오 업체 19곳 가운데 금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15곳, 한국거래소에도 동시에 공시한 기업은 10곳으로 절반 가량이었다.
상위 업체들의 경우 보고서 자체엔 적극적인 모습이다. 상위 12개 업체 중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셀트리온, 유한양행, 종근당, 녹십자, 대웅제약 등 대부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빅파마들이 가입돼 있는 PSCI에도 가입한 상태다. PSCI는 의약품 공급망 지속 가능성을 위해 책임 있는 비즈니스 관행, 공급망 관리 표준 실천을 목표로 한다.
상위 업체 중 셀트리온과 녹십자홀딩스(GC), JW중외제약(JW홀딩스)의 경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홈페이지에만 발간하고 한국거래소 등엔 별도로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 1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은 곳은 광동제약이 유일했다.
특히 광동제약은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에 있어서도 핵심지표(배당가능성, 승계정책 마련 등) 준수율이 46.7%에 불과했고, 지난해 ESG 평가에서 통합 C등급을 부여 받는 등 ESG 경영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중견 제약사들 가운데에서는 제일약품, 동국제약, 대원제약 등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별도 발간하지 않았다.
제약바이오업계 ESG, 홍보 수준 그쳐···공시 의무화 당면 과제
많은 국내외 대기업들이 2050년 넷제로에 동참하고 있으며, ESG 가치를 비즈니스에 통합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도 국제적 트렌드에 따라 ESG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투자 유치를 비롯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량 강화를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약바이오가 지속적으로 ESG 퇴보를 하게 될 경우 우려섞인 시각도 제기된다.
대한민국 5대 유망 산업으로 분류되고 투자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헛바퀴를 돌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의 ISSB, EU의 CSRD, 미국의 SEC 기후공시규칙 등 세계적인 ESG 정보 표준화 기반 및 의무화가 이뤄지고 있으나, 한국은 이런 경영 정보가 자율 공시 대상이다.
공시 위치도 국내 제약사들은 한국거래소 혹은 각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 이원 채널을 활용 중이다. 실제로 상위 19개 업체 중 보고서 발간을 홈페이지에만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ESG 정보 공시 확정으로 표준화, 의무화가 빨라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기업의 사정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ESG 공시가 '하면 좋고, 안하면 그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ESG행복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지속가능성관련 재무정보는 사업보고서 일부로, 동일시점에 보고를 권고하는 추세”라며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기한이 매년 3월로 의무화될 경우 기업에겐 당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SG 경영이 산출적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성과 홍보성에 머물러, 다양한 투입자본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측정과 설명은 취약한 실정”이라며 “ESG 정보공시 기능을 내재화해서 자기규율적인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