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정감사 막이 오르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의료대란과 관련한 정부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맹공을 퍼부었다.
수차례 사과 요구, 사퇴 요구를 들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야당 위원들이 원하는 답을 피했다.
7일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대상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소속 위원들은 지난 2차례의 청문회와 대정부질의 때 없었던 공식 사과와 사퇴 의사를 듣기 위해 추궁했다.
그간 정부가 복귀명령 등 강경책, 수련혜택 등 회유책을 번갈아가며 취했지만 의정갈등은 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에 이번 사태 책임자가 공식 사과하거나 물러나야 의료계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공식사과하는 것밖에 없다”며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말처럼 책임자 경질로 의료계와 신뢰 회복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복지부의 남은 카드가 있느냐. 있다 해도 의료계가 받아들일지 모르는 상황 아니냐”면서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린 장관과 차관이 스스로 사퇴하라”고 질타했다.
조규홍 장관은 “의료계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하고 있고, 발표한 의료개혁 과제를 착실히 추진하는 게 의료공백을 빨리 메우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퇴와 관련해선 답하지 않았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진료 인원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의료기관 사망자 수가 증가한 통계를 토대로 조규홍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 위원은 “지난 8개월의 의료공백으로 국민들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이 적지 않다”며 “진심을 담아 사과하라”고 주문했다.
조규홍 장관은 “의료공백이 지속돼 어려움과 고통을 겪는 분들께는 여러 번 사과를 드렸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사과가 아니라 빨리 의료공백을 해소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자신이 2000명 결정 안 했으니 책임 못 지나”·“대통령 사과 필요없다는 건가” 공세
앞서 청문회에서 조규홍 장관은 의대 증원 인원인 ‘2000명’을 자신이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다시 이를 추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장관이 사태 책임을 지고 싶어도 못 진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자신이 2000명을 결정했으면 책임지고 그만두면 되는건데, 그게 아니니 못 그만두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위원(야당 간사)는 조규홍 장관이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을 인정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다. 강 위원은 “오늘 여러 번 질의가 나왔는데 사퇴를 안 한다는 말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조 장관은 “의료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강 위원은 “사퇴 안 하겠다는 뜻으로 알겠다. 그럼 대통령 사과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다시 조 장관은 난색을 표했다. 그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대통령께서도 의료현장을 잘 알고 계시기에 그건 대통령께서 결정하실 사항이다”고 말을 아꼈다.
강 위원은 “의료대란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대한민국이 멍든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하는지 아닌지 말을 못하느냐”고 다그치며 “‘대통령 사과는 대통령이 판단할 일이고 나는 모르겠다’는 입장이라고 받아들이겠다”고 비꼬았다.
갈 길 먼 여야의정 협의체···“2025학년도 정원 백지화는 안 된다” 재확인
한편,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이 여야의정협의체와 관련해 질의하던 과정에서 “2025학년도 정원에 대해 입장이 불변인건가”라고 묻자 조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학년도 정원 재검토를 위해 복지부 장관으로서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이게 마지막 기회다. 논의 테이블에 2025학년도 증원 문제를 올리지 않으면 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백지화 뿐 아니라 정원 폭 축소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느냐”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의대 정원 문제를 얘기하는데 지금 설득해야 할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용기 있는 누군가가 나서야 하고 그 중역은 복지부 장관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