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으로 텅빈 국립대병원…교수도 '사직'
올 상반기만 223명 떠나…더 큰 문제는 '충원 안돼' 지방대병원 흔들
2024.10.14 19:27 댓글쓰기



전국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로 촉발된 의정갈등 장기화로 국립대병원의 공동화(空洞化)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전국 국립대병원의 교수들의 사직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 따른 것으로 전공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 소멸과 기피과 및 주요과 교수들의 번아웃은 물론 수도권 병원 이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랜기간 누적된 의료정책들이 수련병원 전공의 이탈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교수들 이탈을 가속화시켰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시선이다. 


이미 2024년 8월경 지난해 사직 인원의 80%를 넘어섰으며, 일각에서는 사태 변곡점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역대급 사직 행렬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곳곳에서 관측된다. 


현재 갈등을 타개할 탈출구 마련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2024년 상반기만 국립대병원 교수 223명 사직


교수들이 나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충원이 안 된다는 점이다. 지역병원이라 지금 있는 교수들도 겨우 채용한 건데 떠나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앞으로 전문의 배출도 원활하지 않아 충원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게 지배적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14개 국립대병원 교수 223명이 사직했다. 지난해 사직 교수들의 80% 수준이다.


그런데도 하반기에는 훨씬 이탈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14개 국립대병원 교수 4065명 중 223명이 사직했다.


이 중 강원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 창원경상대병원은 지난해 사직한 교수보다 올해 상반기 사직 교수가 더 많았다.


강원대병원은 올해 상반기만 교수 18명이 사직했다. 지난해 전체 사직 교수 12명의 150%로 국립대병원 중 사직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세종충남대병원도 올해 상반기에만 교수 5명이 사직했으며 이는 전년도 4명보다 많은 수치다.


창원경상대병원은 올해상반기 11명이 사직했다. 전년도 전체 사직자 10명보다 많은 수가 상반기 병원을 떠난 것이다. 본원인 경상대병원도 지난해 4명에 이어 올해 상반기 4명이 사직했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상반기 사직 교수가 가장 많았던 곳이 분당서울대병원이었다는 대목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체 교수 428명 중 15.2%인 65명이 대거 사직한 것이다. 


이외에도 전남대병원 24명(4.9%), 서울대병원 23명(3.3%), 경북대병원 21명(4.5%) 순으로 각각 사직 교수가 많았다.


김윤 의원은 “전공의 미복귀와 국립대병원 교수들의 이탈 현황으로 볼 때 중환자·응급환자·희귀질환자를 비롯한 필수의료 환자들의 의료 공백은 기정사실화됐다”며 “정부는 의료진 복귀만 외에도 즉각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대병원 장점 줄어드는 것도 영향 미치는 분위기


상당수 국립대병원 사직 교수들은 서울 등 수도권 대학병원을 택하거나 전문병원 또는 규모를 가진 2차 병원 등으로 향하고 있다는 전언도 이어지고 있다. 


업무량은 감소하지만 급여는 늘어나 이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대학병원 교수는 “활발히 활동하던 의사들도 나가고 인력 보완이 안 되면서 병원 진료에도 타격이 있다”며 “전공의도 없는 데다가 업무도 많으니 밖에 있는 전문의들이 굳이 대학병원으로 돌아올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이는 비단 특정 지역, 교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원로는 물론 젊은 교수들 가릴 것 모두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충남대병원 교수는 “국립대 의대교수의 이점이 감소하고 있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면서 업무는 늘었지만, 경영악화로 도리어 수입은 줄었다”며 “사명감이 있던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게 만드는 이유”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국립대병원 교수는 “전공의 이탈로 대학병원의 중증 필수진료가 어려졌고 지도할 전공의와 학생이 없어 교수로 남아 있는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며 “특히 국립대병원 교수 임금이 전문 병원이나 종합병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니 상당수 교수가 이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돌아오지 않는 국립대병원 전공의…2669명 사직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0개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공의 사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2776명이 사직했고, 이 중 96.1%인 2669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특히 정부의 회심의 대책이던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는 서울대 5명, 강원대 1명, 전북대 1명 등 총 7명만 지원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서울권 핵심병원인 서울대병원을 제외하면 지방국립대병원 복귀 지원자는 2명에 그친 셈이다.


전공의들의 공백으로 전임의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국회에서 제출받은 전국 14개 국립대병원에서 의사인력 현황을 보면 전임의는 지난해 말 722명에서 올해 6월 말 553명으로 23.4% 감소했다.


전임의들은 외래 진료와 환자 입·퇴원 결정 등 전공의보다 많은 역할을 수행하지만, 업무 과중으로, 병원으로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응급실 이탈 확산


국립대병원 교수 및 전공의 이탈과 함께 필수의료 중 핵심 인프라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직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현재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51.7%는 사직 의향이 있고 61.8%는 전공의 복귀가 무산될 시 사직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응급실 상황을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9월 19~20일 양일간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근무 현황조사 결과에서 공개됐다.


또 피부미용 의료를 중심으로 개원을 택하는 등 응급의학 전문의 증가도 감지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개설한 의원은 지난 2022년 12월 기준 149곳에서 2024년 7월 192곳으로 늘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개설 의원이 최근 1년 7개월 동안 43곳(29%)이나 증가한 것이다. 전문의가 중대형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는 대신에 개원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응급의학과 사직률 증가에서도 엿보인다. 


7월 기준 전국 수련병원의 전문의 사직률이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응급의학과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는 1년전 같은 달보다 6배 급증한 수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은 “남은 전문의들의 업무량이 많아져 전문의 사직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인력 충원 방안들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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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ㅎㅎㅎ 10.15 20:59
    댓글부대를 데려다 쓰지 그래
  • 의새만세 10.15 17:59
    모든 시작은 기술이라곤 낫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문과 공시 고시 출신 붓쟁이들의 한심하고 무지한 의학지식에 기반한 인기정책..

    공산좌빠리들 만든 망하는 정책 고칠줄 알고 표주었더니..
  • 신성일7788 10.15 13:32
    그래도다채워진다왜야당이찬성해놓고엉뚱한짓하나표의식하나
  • 방이선생 10.15 13:30
    대한민국에 의사 10만명 넘습니다. 왜 없다는 타령만 합니까? 정부는 의대교수 채용자격  수정해서 일반의원 경력있는 의사로, 교수 충원하고, 그래도 안 되면 교수용 의사 수입하시고, 채용자금 지원하세요. 하면 됩니다. 특별 정책은 가능해도, 편법과 불법과 아무렇게나 하는 졸속 행정은 안 됩니다. 건강한 부자 평안한 천국 _방이선생
  • 안토니오 10.15 15:27
    나가 놀아라 (지구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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