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까지 갈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재미한인의사협회(Korean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KAMA) 연례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정부가 잘 모르고 의료정책을 실행했다고 생각한다"며 "국가마다 의료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유사한 의료시스템을 가진 나라의 예를 참조해서 실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의료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민간의료 ▲유럽으로 대표되는 공공의료 ▲일본이나 한국으로 대표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이다.
안 의원은 "민간의료 시스템인 미국의 경우 의료비가 굉장히 높은 대신 속도가 빠르고 신약 개발이 빨리 된다. 대신 단점은 돈이 없어서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이 결국 죽게 된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되는 것이 유럽 공공의료시스템인데 거기는 돈이 거의 안 된다. 모든 병원을 짓는 것을 국가에서 예산을 댄다. 스페인은 의사들이 공무원이다. 거기에서는 의대 증원을 한다고 하면 의사들이 다 좋아한다. 공무원은 월급 깎일 일이 없고 본인들 근무시간이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국가에서 건강보험 가격을 통제하는 대신 모든 인프라는 민간이 자기 돈을 내는 시스템이다. 즉, 유럽은 대학교 학비도 안 내고 인턴 레지던트 밟는 데 돈이 안 드는데 우리는 빚을 내서 의대를 졸업해 인턴, 레지던트 거치고 병원도 대출을 받아서 하게 된다. 그래서 10% 정도가 망한다. 의사 중 10%가 신용불량자가 된다. 이상한 시스템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스템에서는 의사가 가능한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다. 영국 또는 독일이 1000명씩, 2000명씩 증원하다고 해서 그걸 똑같이 한국에 적용하면 말이 안 된다. 시스템이 완전히 다른데 개념이 없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지방의료, 필수의료 붕괴…구조적 개혁안 낸 뒤 정책 실행했어야"
또한 안 의원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의료에서 문제는 세 가지다. 필수의료 의사 부족, 지방 의사 부족, 의사과학자 부족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인 개혁안을 내고 정부에서 투자해서 지방의료원을 만들어야 한다. 우군을 많이 확보한 다음 그 힘으로 개혁이 완수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처음부터 2000명을 들이밀었다. 그러다 보니 지방 의대교수들이 다 그만두고 서울로 와서 지방의료 파탄나고, 필수의료 의사들이 다 그만두고 피부과나 방사선과로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결과를 보면 앞으로는 뻔하다. 지방의료, 필수의료 다 망가지고 정말 필요한 의사과학자 만드는 방법도 지금은 없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더 문제는 내년"이라며 "의사고시 후 의사 3000명이 나와야 하는데 400명 정도 나올 거다. 그렇게 되면 군의관, 공보의, 인턴 갈 사람이 없다. 복구하려면 5년 이상 걸릴 거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일본 전례가 있다. 동경의대에 69학번이 없다. 동경의대가 의사법을 강행하며 학생들이 수업에 불참하면서 결국 입시를 포기해서 69학번을 못 뽑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생을 뽑게 되면 더 큰 문제"라며 "기존 3000명에 충원, 유급까지 의대생이 7500명이 되면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의사고시 통과할 수 있는 학생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우리가 의사 1500명을 추가로 뽑았는데 의사고시에서 그대로 떨어지면 결국 의사 수는 똑같다"며 "그러면 우리는 왜 1년간 의사 없는 상황을 만들며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공론화가 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