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의학에 예술의 경지가 있는가? 얼마 전(前) 친구인 대학병원 교수 메디컬 에세이 발간 기념회에 갔다 왔다.
이날 발간 기념회는 책에 대한 해설이 강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책 속 주인공들과 관련된 환자 사례를 들면서 전국에서 찾아온 어린 환자 및 보호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평생 소아심장 수술해온 교수 친구를 보면서···
어른 심장도 수술하기 힘든데 그것도 소아심장을 평생 수술해온 친구 교수의 일생을 잠시나마 들여다보면서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예술의 경지(The state of the art)’였다.
사실 그동안 보여온 의학 기술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그가 이룩한 업적으로 미뤄 볼 때 그는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될 인적 자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언젠가 한 모임에서 누군가 의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필자는 그에게 물어봤다. 의사가 공공재입니까? 공공(public)이란 단어가 가졌던 무거운 의미를 어느 한 경제학도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공이라고 말할 때는 그것은 국가 예산이 투입된 인적, 물적 자원이 밑바탕이 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분명히 말할 때 비로소 공공의 개념이 이해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를 키우는데 과연 얼마나 국가 예산이 들어갔는가? 미국과 영국은 몇 십조원 지원이 이루어지는 데 비해 대한민국은 그런게 거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의사에게는 서구에서 말하는 공공의 개념이 없는 셈이다.
필자가 그렇게 질문하고 답(答)을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사가 지고 있는 소위 공공적인 책임과 의무를 소홀이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가 적극 나서 소아심장 의사 보호하고 지원해야"
소아심장 의사. 얼핏 의료진과 환자에 둘러 쌓인 훌륭한 의사 모습으로 그려지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속 주인공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험하고 힘든 일을 나서서 하겠는가? 만일 그런 의사가 있다면 누가 그를 지켜줘야 하겠는가? 필자 생각에는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가 나서서 그러한 임무를 수행해야 된다고 혼자 생각해봤다.
그는 요한복음 9장 3절을 인용했다. ‘이 사람이나 그 부모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그 고통스러운 병을 안고 태어난 애기 부모들이 원망도 할 법하다.
그런 부모들 원망 앞에 한 인간인 의사가 도대체 무슨 위로를 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왜 하필 이런 시련을 우리 가족에게 내리느냐고 아기를 붙들고 수도 없이 울었을 것이다. 그 때 나타난 의사는 부모들에게 얼마나 위대한 존재일까?
예술의 경지에 이른 의학 분야는 사실 치료보다는 진단 분야에서 많이 사용된다.
얼마나 정확하고 철저하게 밝히면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겠는가? 참 아름다운 표현이다. 현대의학이 누릴 수 있는 최고 찬사이며 이러한 찬사는 영상의학과가 많이 받아왔었다. 급속히 발전하는 의학 분야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 내용들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The state of the art’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는 의학잡지 내용은 며칠 밤을 새우고서라도 읽었다.
친구 강의를 들으면서 왜 그 때의 밤샘 기억이 떠 올랐을까? 이 친구가 묵묵히 걸어온 힘들었을 길을 생각해 본다.
필자가 뇌신경척추 희귀혈관질환에 관심을 갖고 겪었을 어려움 때문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하는 일들은 초전문분야 의사라고 자부하는 필자 조차도 감히 상상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하기야 누가 시켰다면 이런 힘든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참으로 ‘이섭대천 승목주허(利涉大川 乘木舟虛)’를 되새기게 하는 친구의 인생사였다.
건너야 할 강은 나무를 타고 건너지만 그 배는 비운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믿음이 신급돈어(信及豚魚) 경지여야 한다니 얼마나 감탄할 일인가.
책을 들고 나오면서 이렇게 힘든 길을 가야만 하는 의사가 아직은 있으며 나는 그의 친구였다. 추워서 옷깃은 여미었지만 마음은 훈훈했다.
P.S 언급된 필자 친구는 현재 이화여대서울병원 흉부외과 서동만 교수다.
필자는 영상의학을 전공하고 신경영상의학 수련을 받았으며 현재는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회원이다. 신경중재치료의학회는 뇌졸중을 비롯해 뇌혈관질환과 척추혈관질환 등의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야다. 필자는 이들 혈관 희귀질환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및 진료를 해 오고 있다는 점을 참고로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