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영상검사 보편화 앞서 고려할 사안
이충욱 교수(대한영상의학회 보험이사/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2025.02.02 20:35 댓글쓰기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최근 몇 년 새 국민들 삶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며 일상과 전문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의료 분야 역시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영상 검사 및 진단검사 결과, 신체 활력 징후에 기반한 의료데이터를 분석해서 진단을 지원하고, 환자 예후를 예측하는 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빠르게 자리매김 하고 있다.


정부는 AI 기반 의료기술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2023년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제도를 시행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시장 즉시 진입’ 제도를 도입해 AI 기반 의료기술이 신속히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정책은 국민건강 증진과 AI 기반 의료기술 산업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코자 하는 기대를 반영한다.


"AI 기반 영상검사, 이점 분명하지만 안전성과 비용 문제 대두"


그러나 AI 기술 도입이 환자에게 가져올 이점과 함께 안전성과 비용 문제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정책 방향이 기술 도입 속도를 우선시하면서 환자 안전과 경제적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CT, MRI, 초음파와 같은 영상 검사는 비침습적이라는 이유로 흔히 안전한 검사로 간주되지만 결과 정확성과 신뢰성은 환자 생명과 직결된다. 영상 검사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 방침을 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잘못된 결과는 환자와 의료시스템 모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잘못된 결과(위양성, 위음성)는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받게 하여 신체적 피해뿐 아니라 심리적 불안 및 의료비 증가, 사회적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영상 검사 특성과 위험성은 AI 기반 영상검사 진단지원 기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현 의료정책 방향은 '선(先) 도입 후(後) 검증'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이런 문제를 충분히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AI 기반 기술을 의료 현장에 신속히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침습적 검사에서 직접적인 신체적 위해(危害)는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이 같은 피해는 시간이 지나야만 나타나고 그 직접적 연관성을 신속하게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아 도입된 기술을 퇴출이나 수정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따라서 AI 기반 영상 검사 소프트웨어는 도입단계부터 단순히 기술적 가능성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정확성, 안정성, 신뢰성을 입증하는 철저한 검증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시장 즉시 진입’제도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에 전문적 평가 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수행하던 임상평가 수준의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평가 부실화→잠재적 위험 연결 고리


평가 부실화 가능성은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게 할 위험성을 높이고 이는 결국 환자 안전과 의료시스템 전반의 신뢰를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검증 체계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새로 도입되는 ‘시장 즉시 진입’ 제도는 오히려 기존보다 검증 체계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AI 기반 영상검사 기술의 경우 기존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를 통해 식약처와 심평원, 보건의료연구원 심사가 80일 이내 동시에 진행되며, 시장진입까지 소요 시간이 새로 도입되는 ‘시장 즉시 진입’ 제도와 동일하다. 


하지만 ‘시장 즉시 진입’ 제도는 보건의료연권을 사전 평가 과정에서 제외해서 임상평가가 약화될 가능성이 적잖다. 즉, 정책의 핵심 변화는 검증 기간이 아니라 임상평가 축소와 규제 완화로 인한 검증 약화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고려할 때 적어도 영상검사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존의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제도’를 유지·적용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환자 비용 부담과 비보험 적용 문제 '여전'


AI 기반 의료기술 도입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 의료기관, 기술 개발 기업,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도 혜택을 제공한다.


환자는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의료진과 의료기관은 진료 효율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개발 기업은 추가적인 비용 투자 없이 자사 기술의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할 기회를 가지며 정부는 산업 활성화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을 통한 장기적인 의료비 절감이라는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이 여러 주체에게 분배되는 것과 달리, 현재 정책 구조에서는 이 같은 장점이 간과될 수 있다.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에서는 기업과 의료기관이 급여와 비급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뇌(腦) CT 검사에 AI 기반 기술을 적용할 경우 급여를 선택하면 기술 수준에 따라 검사비의 2% 또는 3%만 보상되지만, 비급여를 선택하면 환자가 검사비의 25% 또는 75%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이러한 극심한 비용 차이때문에 대부분의 기업과 의료기관은 경제적 이유로 비급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나아가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 제도와 ‘시장 즉시 진입’ 제도에서는 아예 제한 없는 비보험 수가 적용이 가능하다.


이는 비급여 수가 상한선이 없어 기업이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결과적으로 환자들은 훨씬 많은 의료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의료환경에서는 정보 불균형으로 인해 환자 선택권이 제한되며 시장경제 논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환자는 치료 방법과 비용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고 의료진 추천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형식적으로 동의 절차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환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의료환경 속에서 AI 기반 기술이 도입되면서 의료기관이 설정한 비급여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일 위험이 크다. 


더욱이 현재 정책은 환자 혜택보다는 기업과 의료기관의 이익 추구를 용이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 비보험으로 3년 이상 사용될 경우, 검증 과정 없이 장기간 과도한 이익을 보장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기술 검증 및 장려보다는 오히려 불완전한 기술이 상업적 논리에 따라 의료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러한 구조 속에서 환자는 선택권 없이 의료기관이 정한 비급여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으며, 경제적 부담 역시 고스란히 환자 몫이 된다. 


AI 기반 기술 도입 장려+합리적 비용부담 구조 마련 필요


따라서 AI 기반 기술 도입을 장려하면서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비용 분담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AI 기반 기술의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보험이라는 이유로 환자가 그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점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현행 무제한 비보험 구조가 초래할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 혜택과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는 정책적 대안이 절실하다. 


AI 기반 의료기술은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의료시스템 효율성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장 즉시 진입’ 제도 도입에 있어 속도만을 우선시해 규제 완화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안전성을 보장하고 합리적인 비용부담 구조를 갖춘 보다 정교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AI 기반 영상검사의 경우 기존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더욱 적절해 보이며, 적절한 비보험 수가 산정 및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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