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이 환자 알선·소개방법을 지자체에 보고하는 법안이 보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의료해외진출법) 일부개정안’이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류됐다.
이해관계자들 의견이 법안 검토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아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 추후 다시 심사하자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과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자에 매년 2월 말까지 전년도 사업실적을 시·도지사에게 보고토록 하고 있다.
외국인환자의 국적·성별·출생연도, 진료과목, 입원기간, 주 질병·부상명 및 외래 방문일수 등이 의무 보고 사항이다.
그러나 외국인환자 유치 방법·과정 등은 보고내용에 포함하지 않아, 허점을 이용한 사례가 불거지고 있다.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자를 통하지 않고 자격 요건이 불분명한 해외 중개업자를 통해 유치하는 경우가 그 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외국인환자 불법 유치행위 신고 건수는 2019년 2건에서 2022년 28건, 2023년 54건, 2024년 59건 등으로 증가했다.
전진숙 의원은 “해외 중개업자의 지나친 영리 행위, 이를 통해 유치한 외국인환자에게 정확한 진료 및 사후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개정안은 사업실적 보고에 외국인환자별 유치 방법·과정, 유치사업자의 소개·알선 여부 등을 포함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의 의무보고 사항을 추가하려는 취지에 공감하고,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으로 인한 의료기관 등의 추가적인 행정부담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올해부터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의 중장기 계획 및 전략 수립 등을 목적으로 법정 외 항목으로 ‘유치 유형’도 해당 사항이 있는 경우 이를 함께 보고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 유형이 국내 유치사업자 또는 해외에이전시인 경우 유치 의료기관이 부담한 유치 수수료율을 기재토록 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자와 해외에이전시의 개념을 계속 불분명하게 정의한다면 개정안을 시행하더라도 취지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위원실 분석이다.
현행법은 외국인환자 유치와 관련해 ▲의료기관 ▲사업자 두 주체를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 해석에 따르면 해외에이전시도 진료계약을 소개·알선하는 게 가능한데, 의료기관이 사업자가 아닌 자로부터 환자를 소개·알선받으면 등록을 취소토록 하고 있다. 즉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해외에이전시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위원실은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에게 해외에이전시가 환자를 소개·알선하는 게 허용된다면, 개정안 제안 이유인 해외에이전시 난립 방지·관리 강화를 구현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당초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했으나 하위법령 정비를 위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수정의결됐다.
12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당 개정안에 대해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유치 사업자 모두를 불법으로 규정할 우려가 있고, 좀 시간을 두고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천광역시 의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등록 해외유치 사업자가 환자를 유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자체 등 반대가 있으니 강행규정을 재량조항으로 변경해 시행해보고 인센티브를 제공해 2~3년 후 다시 시행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사위는 웬만하면 상임위에서 올라온 걸 손대지 않는데, 지금 올라온 건 강행규정이다"며 "발의한 의원, 소위 심사 참여 의원이 있는데 장관 말만 듣고 바꿀 순 없다.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계류시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