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분과전문의 '제도권 편입'…기대보다 '우려'
의학단체 "자율성 침해" 지적…"의사 양성체계 개선이 우선돼야"
2025.03.15 20:39 댓글쓰기



법적근거가 없는 세부전문의 및 분과전문의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입법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의료계는 우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분과전문의까지 법으로 규정해 놓으면 급변하는 의학지식과 기술 발전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세부전문의과 분과전문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단초다.


김윤 의원은 “전임의 역할과 법적 지위가 불분명함에 따라 의료현장에서 임금 및 근로조건, 수련환경 등이 적절히 관리 및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대한의학회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2개 이상의 전문과목 분야로 구성된 세부전문분야 전문가로 인정된 자를 ‘세부전문의’라 명명한다.


또 1개의 전문과목 분야에서 세분화된 전문분야 전문가로 인정된 자를 ‘분과전문의’로 하며, 세부전문의 및 분과전문의 수련과정에 있는 전문의를 ‘전임의’로 규정했다.


하지만 정작 의료계는 해당 개정안이 파생시킬 부작용에 우려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특히 의료계 양대단체인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모두 반대입장을 표했다.


가뜩이나 의사들의 과도한 전문화, 세분화에 대한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안은 그 논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인력과 세부전문분야 인력 양성 정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이뤄진 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세부전문의 및 분과전문의 법제화는 국내 의료인력 시스템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진 후 추진돼야 할 문제”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 단체의 자율성 존중 필요성도 제기했다.


병원협회는 “세부‧분과전문의 제도 도입 목적을 고려할 때 수련과정을 법령으로 규정할 경우 급변하는 의학지식 및 기술 발전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일본, 캐나다 등도 의료전문가단체가 세부‧분과전문의 제도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전임의 법제화 사례는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전임의 제도 여러 문제점을 먼저 해결하고 전공의 수련과정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해당 개정안 철회를 요청했다.


의사협회는 “전임의 근무 여건 개선이라는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방적인 법제화 추진은 의정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전임의 제도가 담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법적 지위만 부여하는 것은 자칫 전임의 제도 고착로 파생되는 문제들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의학회 인증 여부에 따른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실제 세부전문의 중에는 대한의학회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아 운영 중인 과정도 있지만 인증받지 않은 분과전문의도 적잖은 만큼 법제화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세부·분과전문의 제도는 의사 양성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당사자인 의료계와 심층적인 논의가 필수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부전문의제도는 지난 2004년 대한의학회가 전문 분야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의사 양성과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전문학회의 전문의를 대상으로 하는 ‘분과전문의’와 다양한 분야 전문의가 참여하는 ‘세부전문의’ 등으로 구분해 총 26개 분과/세부전문의가 운영 중이다.


분과전문의의 경우 대한내과학회가 9개로 가장 많고 대한소아과학회 8개, 대한외과학회 5개 등 총 22개 전문의 자격이 있다.


세부전문의는 대한수부외과학회 ‘수부외과 전문의’, 대한소아심장학회 ‘소아청소년심장 전문의’, 대한중환자의학회의 ‘중환자의학 전문의’, 대한외상학회 ‘외상외과 전문의’ 등 4개가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1만 명이 넘는 의사들이 이들 분과나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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