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만 있으면 되나, 모든 의료인 적정인력 필요”
병원 인력 기준 '제재·인센티브' 제시 ···政 "법제화만이 답(答) 아니다"
2025.04.08 06:34 댓글쓰기

간호법이 제정되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의사·간호사 뿐 아니라 의료기사 등 타 보건의료직역의 적정인력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의료기관이 모든 보건의료인력에 대해 적정한 수준의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제재를 가하거나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인력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법제화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4월 7일 ‘보건의 날’을 기념해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보건의료 적정인력 기준의 필요성과 제도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포럼(이수진·김윤·서미화·전진숙·김영배·남인순·박희승·백선희·임미애·전종덕 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보건의료노조 및 각 보건의료직역단체가 공동주최했다. 


의료인력 업무범위 조정·협의 기구 설치를 추진 중인 김윤 의원은 “환자 중심 의료는 직종 간 협업 없이는 불가하다”며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되살리는 곳에 의사만 있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임준 교수 "의료기관 최저 인력 기준 등 설정 필요"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임준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는 의료기관 최저 인력 기준 등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공공병원 인력 기준 강화를 위해 필수의료 분야 최저 인력기준 등 지정기준을 설정·강화하고 이에 대한 인건비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와 보건의료노조는 2021년 9·2 노정합의로 2026년까지 간호사 등 6개 직종에 대해 적정 인력 기준을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2023년 1차 실태조사 이후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정인력 기준 제도화를 위해서는 인력기준을 마련하고 인력을 충원해야 하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은 퇴출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인센티브 구조를 고용과 연계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김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단순히 수가만 올린 정책은 다 실패했다”며 “일정 기준 이상 인력을 고용한 경우 또는 경력자가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1년차 간호사 40%···10년 이상 의료기사 설 곳 없는 등 별도 인력기준 필요


이날 다양한 직종에서 인력 관련 고충이 제기됐다. 우선 간호사 직역의 경우, 의료대란으로 현장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공지현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부본부장(한양대병원 간호사)은 “병원 현장 진료지원(PA) 간호사가 2배 늘었는데 이들은 모두 병동 간호사들이 자리를 옮긴 것”이라며 “병동은 환자가 줄었단 이유로 간호사를 충원하지 않아 아수라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년차 간호사가 30~40%를 차지하는 등 현장은 위태롭다. 수련의가 빠져나가도 병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이 살아남기 위해 채용하는 인력 기준이 개개인이 오래 몸담을 직장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민형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이사는 “회복기재활병원의 경우 환자 9명 당 치료사 1명으로 계산하면 치료사가 지속적으로 근무를 못 하고 이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리치료사도 경력 10년 이상 되면 의료기관에서 설 자리가 없다”며 “수가가 동일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고연차보다 저연차·초급자를 데려오게 된다”며 수가 현실화를 요구했다.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의료기관·시설이라는 환경을 벗어난 보건의료인력 적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기유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정책실장은 “의료기관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던 의료서비스는 디지털헬스케어 시대로 경계가 소멸됐다”며 “의료서비스 제공 시 마다 의사·치과의사가 동행해 의료기사 업무를 지도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저수가 기반 의료시스템 리셋 필요···경제적 유인 등 검토


반면 병원계와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박종훈 대한병원정책연구원장(고려의대 교수)은 “병원장을 역임하며 어느 부서도 인력이 충분하다고 하는 곳이 없었다”며 “인력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우선시돼야 할 것은 가난한 시절 만들어진 저수가 기반 의료시스템을 폐기하고 새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일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법제화만으로 다 되지는 않을 것 같다. MRI 설치 관련 기준에서 영상 품질 관리를 위해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필수로 두게 하고 있지만, 정작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예시를 들었다.


이어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제화가 반드시 정답일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다양한 경제적 유인까지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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