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암(HCC) 1차 치료제 승인을 노리는 HLB가 두 차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실패한 가운데, FDA가 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을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특히 이번 승인으로 티쎈트릭·아바스틴이 장악해온 간세포암 1차 치료 시장의 판도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FDA의 인력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HLB 심사 지연 가능성도 제기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BMS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을 절제불가능하거나 전이된 간세포암(HCC) 성인 환자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옵디보와 여보이는 모두 BMS가 개발한 면역항암제로, 병용요법은 앞서 2020년 2차 치료제로 가속 승인된 바 있다.
이번 승인으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절제 불가능하거나 ▲전이성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또는 불일치 복구 결함(dMMR) 대장암을 앓는 12세 이상 성인·소아 환자의 1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승인의 근거가 된 'CheckMate-9DW' 임상 3상 시험에서 연구진은 기존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적 없는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과 옵디보 단독요법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모든 치료 차수에서 암 진행·사망 위험이 옵디보 단독요법보다 38% 낮았다.
또 1차 치료에서 화학요법과도 비교한 결과,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화학요법 대비 암 진행·사망 위험이 79% 낮았다.
경쟁약물인 HLB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보다 더 빨리 미국 시장 진입
이번 승인으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경쟁약물인 HLB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보다 더 빨리 미국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간암은 미국에서 암 사망 원인 중 6번째로 높은 질병이며, 간세포암은 전체 간암의 약 85~9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연간 신규 간세포암 환자 수는 4만 명에 달하며, 1980년 이후 미국 간암 발생률은 3배, 사망률은 2배 증가했다.
특히 간세포암 1차 치료제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FDA 이번 결정은 의미있는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HLB 역시 간세포암 1차 치료제 허가를 목표로 삼고 FDA에 도전했지만, 두 차례 CRL(보완요구서)를 받으며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같은 시장을 타깃하는 옵디보·여보이가 먼저 허가를 받으면서 HLB의 미국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옵디보+여보이가 먼저 출시됐다고 해서 우리가 특별한 대응 방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뛰어난 임상 결과로 현장에서 설득하면 충분히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밝혔다.
한용해 HLB그룹 CTO는 "옵디보·여보이는 면역항암제+면역항암제 조합이기 때문에 면역을 지나치게 올리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면역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경감시키지만 이로 인해 다소 약효가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조합인 리보캄렐과 근본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 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특히 리보캄렐이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보다 초반 1년 간 생존율이 더 뛰어나고 간암 환자의 주 연령층인 65세 이상 환자에게 효과가 높았다는 점도 경쟁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다만, 동일한 조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CRL 두차례로 HLB 허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최근 운영 효율화를 위해 FDA 직원 3500명을 해고키로 결정하면서 허가 절차가 더 늦어질 수 있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MS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간암 1차 치료제로 승인되면서 간세포암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HLB가 허가를 받더라도 옵디보·여보이와 차별화되는 임상적 포지셔닝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