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을 앞세워 증시에 입성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잇따라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감사의견 거절 및 자본잠식 등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사례가 늘어나서 기술특례상장 제도 허점과 산업 신뢰도 하락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서 주가가 이른바 1000원 이하인 동전주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공모가 대비 주가가 최대 97% 넘게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원성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헬스케어 기업 네오펙트는 디지털 재활기기를 내세워 2018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했으나 현재 주가가 913원으로 공모가 1만1000원 대비 91% 떨어졌다.
네오펙트는 상장 이후 줄곧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한 플라즈맵도 저온 플라즈마 기술력으로 업계 주목받았으나, 현재 주가는 공모가 7000원 대비 89% 하락한 737원을 기록하고 있다.
플라즈맵은 특히 계속되는 실적 악화로 자금 문제를 겪다가 지난해 7월 종합부품 기업 드림텍에 매각됐다.
코스닥 상장사 피씨엘도 2017년 2월 공모가 1만3000원에 상장했으나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97% 하락한 302원을 기록 중이다.
피씨엘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다중면역진단 장비와 코로나19 당시 체외진단 키트를 판매하며 주가 상승을 경험했지만 수혜가 옅어지면서 실적 악화를 거듭했고, 결국 주가도 동전주로 전락했다.
특히 피씨엘은 작년에는 임상 자료 조작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데다, 최근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세종메디칼 역시 복강경 수술기구 업체로 2018년 5월 상장했으나 주가는 공모가 대비(1만5000원) 97% 하락한 412원을 보이로 있다. 회사는 최근 감사의견으로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 밖에도 씨유메디칼, EDGC(이원다이애그노믹스), 오건에코텍 등 상장 의료기기 업체들이 잇따라 동전주로 전락하며 시장 우려를 사고 있다.
씨유메디칼은 자동심장충격기(AED) 국산화 기업으로 거래는 유지 중이나 현재 주가는 612원으로 공모가 대비 85% 떨어졌다.
유전체 분석 기업 EDGC는 공모가 대비(6500원) 93% 급락한 415원, 오건에코텍은 공모가 대비(5000) 87% 추락한 635원을 기록 중이다.
특히 EDGC는 자본잠식과 재무제표 미제출로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올라 거래가 정지됐으며 오건에코텍도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동전주 급증은 기술특례상장 제도 허점과 산업 신뢰도 하락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이들 기업 상당수는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매출이나 이익 요건 없이 상장했다.
이 제도는 초기 기술 중심 기업 자본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상장 이후 실적 확보와 사업화에 실패한 사례가 늘면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반복된 적자 속에서도 유상증자에만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 왔고, 감사의견 거절 등 내부통제 문제까지 드러나며 악재가 누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없이 고평가로 상장한 기업들이 수년 만에 동전주로 전락하는 일이 반복되면, 기술특례 제도는 물론 의료기기 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경우 피해는 결국 일반 투자자가 떠안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