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촉발된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내원 환자 수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재실 시간은 2시간 이상 단축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9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내원환자 수는 121만6063명으로 잡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208만958명보다 41% 감소한 수치다.
환자 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 줄었다. 지난해 1분기 응급실 내원환자 수는 40만2222명으로 전년도 1분기(47만7557명)보다 15.7% 줄었다.
반면 지난해 2·3분기 내원환자 수는 28만명대를 기록, 전년동기 53만8724명·54만9914명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일례로 자체 집계한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지난해 응급환자 수는 7만4598명으로 전년 11만7716명 대비 36% 감소했다.
연간 서울아산병원 응급 환자 수가 10만명을 밑돈 일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9만3966명) 이후 4년 만이다.
환자가 수용되지 않고 옮겨진 전원은 지난해 내원 환자 2.7% 수준인 3만298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3분기 전원율은 2.8%를 유지하다 4분기 들어 3.1%(내원 환자 24만4771명 중 7489건 전원)로 소폭 상승했다. 전원 사유는 경증 또는 환자 사정이 1만1690건(35.4%)으로 가장 많았다.
▲병실 또는 중환자실 부족(8540건·25.9%) ▲요양병원 전원 및 회송 등 기타(7093건·21.5%) ▲응급 수술·처치 불가 또는 전문 응급의료 요함(5660건·17.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전년도 주요 전원 사유와 다른 모습이다. 전년도 응급실 전원 사유는 병실 또는 중환자실 부족이 1만 4964건(35.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증 또는 환자 사정(1만 470건·35.1%) ▲응급 수술·처치 불가 또는 전문 응급의료 요함(6317건·15.1%) ▲요양병원 전원 및 회송 등 기타(5888건·14.1%) 순이었다.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들어와 입원한 환자는 지난해 38만7449명으로 내원환자의 31.9%를 차지했다.
특히 이들의 응급실 재실시간은 평균 390.7분(6시간 30분)으로, 전년(558분·9시간 18분) 대비 3시간 가까이(168분) 단축됐다.
"인적 자원 부족이 응급진료량 감소 요인"
이에 대해 의정사태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인력 변화가 있었고, 이들이 고난도 환자만 받아 대응했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내원 환자 수가 줄어든 것만 본다면 경증 비응급 환자를 돌려보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원 사유 및 재실 시간을 따지면 병원들이 중증 응급 환자에 집중한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자료에서 의정사태 이후 '병실 또는 중환자실 부족'으로 인한 전원 사유가 전년 대비 약 10% 떨어지는 점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병실과 중환자실은 그대로인데 인적 자원이 부족한 게 응급진료량 감소 요인"이라며 "시설 부족은 큰 요인이었다고 할 수 없다. 진료할 의사가 부족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이 부족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수용해야 할 중증 응급환자에게는 최선을 다했다는 점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응급실 재실시간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서는 "전공의 사직 이후 전문의 및 전문간호사 체계로 전환해 응급진료 과정이 단축됐다"고 봤다.
이어 "의정사태 이후에도 이렇게 응급실 재실 시간을 짧게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고, 목표가 돼서도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