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환자의 상급의료기관 전원이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사업’ 참여 여부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19일 발표한 전국 소아청소년병원을 대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참여한 병원은 전원이 비교적 원활한 반면 참여하지 않은 병원은 환자 전원이 대부분 차단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확인됐다.
협회는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시범사업 참여 병원과 비참여 병원을 나눠 소속 의료진을 대상으로 소아환자 전원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시범사업 미참여 병원의 경우 '거의 수용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18%, '간헐적으로 수용된다'는 응답이 43%로, 전원이 사실상 어려운 병원이 전체의 61%에 달했다.
반면 시범사업에 참여한 병원에서는 '항상 수용된다'가 15%, '대체로 수용된다' 75%로, 전원이 가능한 병원이 90%에 달해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협회는 이를 두고 "사업 참여 여부가 아이 생명이 달라지는 구조적 불평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용재 협회장은 지난 19일 대한병원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조사에서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사업이 소아청소년병원 소아환자 상급의료기관 전원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시범사업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함께 소아환자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에 집중적인 관심과 지원 등을 통해 붕괴된 소아의료체계를 회생하는 데 정부와 소아청소년과 관련 단체들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아의료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사업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행정구역 단위 중심의 설정으로 인해 의료생활권(진료권) 환자 수요를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정책 방향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현장에서는 복지부의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에 대한 불신도 여전히 깊다. 이번 조사에서 '현재 정책이 진료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82%, '정책 지원 대상이 불균형해 소청과 전공의 미래가 불투명해져 지원자가 줄고 있다’는 응답이 76%에 달했다.
이홍준 부회장은 "소아의료체계 붕괴로 환자를 진료할 때 애로사항이 많다"며 "그중 큰 고민거리였던 상급의료기관 전원 어려움이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통해 다소 해결돼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소아 진료는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사업의 발전과 더불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아 진료 살리기 정책 개발과 대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대선 후보들에 '소아의료 정상화' 6대 정책 제안
협회는 이날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자에게 "소아의료를 살려달라"며 정책적 대응을 촉구했다.
협회는 "소아의료체계 붕괴는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붕괴된 소아의료를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은 아주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소아의료 붕괴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정책 개발과 실천을 한다면, 소아의료 정상화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협회는 차기 정부가 ▲진료생활권 기반 네트워크 재설계 ▲시범사업의 전국 확대 및 예산 정례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인력 정책 ▲어린이 건강 기본법 제정 ▲소아 필수약 공급 체계 마련 ▲1인실 병상 기준 완화 등을 공약으로 채택하고 실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는 "대한민국 미래는 건강한 소아 성장에서 비롯되고, 이게 없다면 정상적인 미래는 돌아올 수 없다"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곧바로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소아의료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국민 앞에서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