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기관 종사자가 폭언·폭력·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보호조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역으로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보건의료인력, 보건의료기관 종사자 폭언·폭력·성희롱 등 인권침해와 관련해 보건의료기관장에게 추상적인 책임만 부여하고 있다.
대응지침을 마련해 준수토록 하거나, 피해가 실제 발생했을 경우 대응지침에 따른 절차를 안내하도록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에 실질적인 보호조치와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기관이 대응지침을 마련해 운영하는 데 참고토록 업무편람을 발행 중이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보건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이수진 의원은 "병원노동자가 인권침해 피해를 입었을 때 보건의료기관이 구체적인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률에 기본적 사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변경·치료지원 조치 요구 가능···상시 고충처리기구 설치
이에 이번 개정안에는 보건의료기관의 보호조치 이행 책임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폭언·폭력·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입은 병원노동자가 요청하는 경우 업무 변경 및 치료 지원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인권침해를 당한 병원노동자는 보건의료기관 장에게 이러한 내용을 요구할 수 있고, 보건의료기관장은 이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
조치하지 않거나 보호조치를 요구한 이에게 불이익을 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상시적 고충처리기구도 설치해야 한다. 관리감독자는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면 이를 기구에 보고해야 하며, 기구는 10일 내 조치 사항과 처리결과를 기관장과 피해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해당 법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이수진 의원은 "병원 노동자들이 신체적·육체적 피해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을 때 병원노동자 인권은 물론 국민건강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올해 4월 발표한 4만4903명 대상 '2025 보건의료 노동자 정기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7%가 최근 1년 간 근무 중 폭언·폭행·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이 실시된 지난 2018년 69.4%,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이 시행된 2019년 69.7% 보다는 낮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