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이탈로 간호사 업무범위가 확대되고 있지만 전담간호사 자격 및 역할·교육체계 등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간호사, 의사, 정부가 협력해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제도화와 함께 표준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여전히 전담간호사 교육 주체를 두고는 "간호협회가 해야 한다"는 주장과 "의사 업무 일부를 전담간호사가 하는 것인 만큼 의사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신뢰받는 진료지원업무 수행을 위한 간호사 교육체계 및 제도 확립'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간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4만 명 이상 간호사가 진료지원업무를 수행 중이다. 하지만 관리 주체는 간호부서, 진료부서, 행정부서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을 시행 중인 병원이 63%에 달했지만, 원내 교육지침이 마련된 경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교육 제공자 절반은 간호사였으며 의사가 교육하는 경우는 16%였다.
특히 교육 방식은 1:1 도제식이 60%에 달해 교육 표준화와 제도적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교육 주체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협회가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병원 감독 하에 연수제도로 양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경선 종합병원 간호사는 "의정갈등 이후 의사들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오면서 같이 업무를 수행했던 간호사들도 온다. 기존 전담간호사화 공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합병원의 경우 임상경력 3년을 기준으로 전담간호사를 지정하는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경험 격차는 크다"며 "수행 가능한 수기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교육화가 잘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교육이 체계적이지 않고 의사 성향에 맞춰 업무를 하다 보니 해당 의사가 그만두게 되면 그 전담간호사는 갈 길이 없어지는 거다. 전담간호사 업무와 자격을 제도화하고, 간호협회가 표준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아 경희대 간호대학 교수(간협 전담간호사 제도마련 TF위원)도 "전담간호사 교육체계 확립과 분야별 자격 구축이 필요하다"며 "간협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기관으로서 진료지원행위 교육 및 연수기관을 총괄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갈등 아닌 협력 필요, 간협·의사 함께 전담간호사 교육 참여해야"
의사 직역에서 유일하게 토론회에 참석한 조승연 영월의료원 원장은 전담간호사 제도 본질은 "갈등이 아니라 협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간호사는 굉장히 제한적인 업무를 가지고 있지만 전담간호사 업무는 굉장히 포괄적이다. 또 함께 일하는 의사와 그 업무에 있어 굉장히 개별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표준화시키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어느 한 기관에서 전담간호사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건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문제는 간호협회가 담당할 것인지, 개별 병원이나 의사가 담당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같이 해야 한다"며 "환자에게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목표로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병실 침대 운송원 등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루는 구조다. 모든 평가도 팀 단위로 하고, 아무리 수술을 잘하고 유명해도 팀 분위기를 깨면 그 사람은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호협회와 병원, 의료진이 공동의 목표 아래 협력한다면 충분히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 서로 마음을 열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박혜린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현 상황에서 제도화 논의가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협조와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조속한 입법예고와 규칙 재정비를 통해 제도 정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