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25일 전공의 현황 전수분석을 공개하고 “의·정 갈등 여파로 지역 흉부외과 수련시스템이 붕괴했고 이로 인해 국민 생명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됐다”고 밝혔다.

강창현 이사장은 “학회가 재건에 매달린 결과 2023년 전공의 지원자가 40명대로 회복돼 반등을 기대했지만 의정갈등 이후 수련체계가 무너졌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재도약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단순 수련 질(質) 저하 넘어 ‘전문의 공급’ 위협하는 수준

학회 분석에 따르면 의정갈등 이후 전국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는 36.5%까지 급감했다.  

연차별로는 △1년차 −28.6% △2년차 −42.1% △3년차 −29.4% △4년차 −41.7%가 각각 감소했다. 현재 전공의 가동률은 63.5%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 수련 질(質) 저하를 넘어 전문의 공급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2022년 이후 자연 감소로 이미 ‘유입 < 유출’ 구조가 고착된 가운데 연간 순감 전문의는 기존 10~20명에서 30~40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진료 역량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경고다

전공의 감소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강원·충북·제주는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는 ‘수련 공백지’가 됐고, 전통적 수련 권역인 △대구·경북(−70%) △부산·울산·경남(−62.5%) △전남·광주(−66.7%)에서 대규모 이탈이 발생했다.

그 결과 수도권 외 지역에서 1~4년차가 모두 갖춰진 수련병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다년차 수련이 가능한 병원도 14곳에서 9곳으로 줄었으며, 비수도권에서는 대전·충남(2곳)과 부울경(1곳)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무하다.

다수 병원이 ‘1인 전공의 병원’으로 전락하면서 야간·응급 수술 라인과 교육 인증 모두가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이다.

심장수술을 시행하는 전국 89개 병원 중 전공의가 있는 곳은 21곳으로 줄어 현재 76%가 전공의 없이 운영 중이다. 특히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수련병원 4곳이 전공의를 모두 잃었다.

상급종합병원 중 흉부외과 전공의가 있는 곳은 44.7%(21/47)에 불과하며, 국립대학병원(분원 포함) 17곳 중 9곳(52.9%)만 수련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학회는 “상급종합병원 및 국립대거점병원 모두에서 수련 기능이 광범위하게 소실돼 필수의료 강화를 목표로 한 거점병원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쏠림 현상은 수도권 집중으로 이어졌다. 서울·경기 비중은 74%에서 79%로 증가했으며, 주요 상위 5개 병원의 비중은 68%까지 치솟았다. 

학회는 “그동안 ‘지역 수련 → 수도권 주요 병원 전임의 → 지역 복귀’라는 인력 순환 구조가 단절됐다”며 “수도권은 과밀·과로 악순환에 빠지고 지역은 일방적 유출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흉부외과학회는 “현재 추진 중인 필수의료법만으로는 이미 붕괴된 지역 기반을 복구할 수 없다”며 “법 이상의 비상대책, 국가 실태조사, 즉각적 지원이 동시에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정 갈등은 흉부외과 수련·공급을 사실상 멈추게 했다. 지역 중증·응급의료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다”며 “국가 차원의 긴급 조치가 없다면 지역 필수의료부터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