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양자점 나노복합체를 이용해 10분 만에 감염이나 염증 유무를 초고속·초정밀로 진단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로 감염병 조기 발견과 응급 현장 진단 분야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박준혁 교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은 김성지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에서 새로운 형태의 나노소재 ‘양자점 복합체(Quantum Dot Composite Complex, QDCC)’를 개발, 이를 활용한 신속항원 검출 기술을 선보였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인 양자점 복합체는 수십 개의 양자점을 하나의 견고한 나노복합체 안에 안정적으로 집적시켜 기존보다 훨씬 강하고 선명한 빛을 내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독자적인 ‘층상 자기 조립(Layer-by-layer self-assembly)’ 방식을 적용해 외부 물질에 의한 신호 저하 현상을 최소화하며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특히 염증반응 주요 지표인 ‘C-반응 단백질(CRP)’ 검출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효소결합면역검출법(ELISA)이 4시간에서 최대 24시간까지 소요되는 반면, 새로 개발된 기술은 단 10분 만에 결과를 도출했다.

진단 민감도는 기존 방식보다 50만 배 이상 향상돼 극미량 항원도 정확하게 탐지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소량 바이러스나 염증 단백질만으로도 감염 여부를 초기에 진단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인 응급의료 및 현장진단(Point-of-Care Testing)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이 혈액 검사뿐만 아니라 특정 단백질을 염색해 관찰하는 면역염색화학법 등 영상의학 분야에도 적용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를 통해 기존 현미경 진단보다 훨씬 적은 양의 표적 생분자도 빠르고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단백질, 바이러스, 세포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바이오센서 분야와의 연계도 기대된다. 특히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즉각적인 진단이 가능한 휴대용 진단 장비로의 개발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다.

박준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반도체 나노입자 기반 안정적인 나노복합체 합성법과 이를 이용한 초고속·초고감도 진단 기법을 개발한 것”이라며 “다양한 항원과 검출 환경에 폭넓게 적용 가능한 새로운 플랫폼 기술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한편, 의과학과 나노소재 기의 대표적인 융합 사례로 평가받는 이번 연구는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합성생물학사업단을 중심으로 다수 국가 연구개발사업 지원을 통해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나노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ACS Nano’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