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중으로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결정을 예고한 가운데 논의 주체인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추계위원회가 충분한 논의 없이 결론 도출을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상태로 정원이 결정되더라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년 1월 중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추계위는 12월 중 최종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막판 논의를 진행 중으로, 추계위가 결론을 내리면 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는 이르면 2029년 도입되는 공공의대 별도 정원 배정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추계위가 도출할 결과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추계위 논의가 막판에 접어든 상황에서 의료계는 공정성과 전문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사회적 논의기구로 신뢰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의 추계위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과학적 추계를 수행하기 보다 핵심 변수와 추계 방법론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결론 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일침했다.

인구 구조, 의료전달체계 변화, 의료 접근성 등 중요한 변수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함에도 이를 간과한 상태에서 다급하게 결과만 도출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미국이나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들은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 의사인력 추계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고려하는 변수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마저도 신뢰할 만한 기초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계의 정확성을 기할 수 있는 데이터들부터 수집 분석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추계 방식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제기했다. 이 상태로라면 의료인력 수요를 과다 추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의료수요를 과도하게 전망하면 결과적으로 의사인력 부족을 과장하고, 무리한 증원 정책으로 이어질 위험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의료현장에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발전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짚었다.

기술 발전이 의사 생산성과 업무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에도 추계위는 이를 배제한 채 과거 의료 이용 패턴에만 기초한 추계를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의사인력 수급 추계는 미래의료 방향을 좌우하는 중대한 정책 결정의 근거가 되는 만큼 그 과정과 결과 모두가 투명하고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계위에서 도출된 결과에 대해 세미나 등을 통해 검증받고, 국민들에게 설명하면서 그 타당성을 확보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월 의사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출범 당시 “의정 갈등 재발 방지책이 되기를 바란다”며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의협은 “많은 단체가 위원 명단을 보고 비교적 납득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내는 걸로 알고 의협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명단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수 논의가 사회적 논의로 발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거를 구축해 결정한다면 의정 갈등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시스템이 재발 방지책”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4개월 여가 지나 결과 도출이 임박한 상황에서 “추계위 운영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태도를 바꾸면서 결과 수용 거부를 위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