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1년…"몸집 줄이고 협력"
병상 3600개 감축, 중증·응급질환 확대 등 집중…지역 병원과 네트워크 강화
2026.01.03 06:31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정부 의료개혁 드라이브로 시작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서울대 등 빅5 병원을 포함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이 참여한 이 실험은 병상 확장을 거듭하던 대학병원들에게 '다운사이징(Downsizing)'과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생존 방정식을 제시했다.


단순히 병상 수만 줄인 것이 아니다. 각 병원은 각자도생 방식의 강점을 살린 '중증 특화모델'을 선보였고, 지역 2차 병원과는 경쟁이 아닌 동맹을 맺기 시작했다. 


2일 데일리메디가 2025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주요 사례를 분석한 결과, 대학병원들은 지역병원들과 협력체계를 집중적으로 확충하며 체질 변화에 전력 투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병상 빼고 '중증·스마트' 채웠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과감한 병상 감축과 그로 인해 확보된 자원 재배치다. 전체 상급종합병원이 감축한 일반병상은 총 3625개에 달한다.


세브란스병원은 가장 공격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중 최대 규모인 일반병상 290개를 과감히 줄였다. 단순히 숫자만 줄인 것이 아니라, 기존 다인실 위주 구조를 쾌적한 진료 환경으로 개편, 중증환자 재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고려대안암병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바꿨다. 구조전환을 계기로 암병원, 심혈관센터, 뇌신경센터를 확장 이전하며 중증질환 진료 공간을 대폭 늘렸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 모든 병상을 '1인실화'해서 감염 관리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한 점이 돋보인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도입한 스마트 인퓨전 펌프 시스템 등 IoT 기술을 접목,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환자 안전을 놓치지 않는 '스마트 간호'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일반병상 233개를 감축하며 '중증·희귀·난치 질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 이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상이 줄어든 만큼 의료진의 분산된 역량을 고난도 수술과 중증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병원들도 협력병원 확대에 집중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혼자선 못 산다"… 공공·민간 '진료 동맹' 가속화


과거 형식적인 협약에 그쳤던 진료협력 네트워크는 '실질적인 환자 의뢰·회송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경증 환자를 2차 병원으로 보내야 상급종합병원이 산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경희대학교병원은 서울시 산하 공공의료기관인 서울특별시 동부병원과 '핵심 협력병원' 협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상생 모델을 모색했다. 


민간 대학병원의 전문성과 공공병원의 지역 접근성을 결합한 것이다. 경희대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를 동부병원으로 회송하고, 동부병원에서 발생한 중증 응급 환자는 지체 없이 경희대병원으로 이송하는 '패스트트랙'이 가동 중이다. 


현장에서는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전원 시 불필요한 검사를 줄인 것이 환자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아산병원은 무려 226개에 달하는 협력병원과 거미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단순히 협약만 맺는 것을 넘어, 협력병원 의료진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갖고 '전문 의뢰·회송 시스템' 고충을 청취하며 프로세스를 다듬었다. 


그 결과, 진료협력병원을 통한 전문의뢰 건수가 제도 시행 전 대비 2.5배 넘게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 역할도 강화됐다.


전북대학교병원은 도내 20여 개 의료기관 실무자들을 직접 병원으로 초청해 머리를 맞댔다. 수가 지침부터 전자의뢰 시스템 활용법까지 '실무 매뉴얼'을 공유하며,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자처했다.


중증 수술 1.3만 건 증가…'뉴노멀' 안착 신호탄


이러한 노력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구조전환 사업 본격화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수술 건수는 약 1만3000건 증가했다. 


반면 경증·외래 환자 비중은 줄어들며 '중증 진료 비중 50% 돌파'라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전문 의뢰·회송 건수가 각각 2.5배, 3.7배 증가한 것은 환자들의 의료 이용 행태가 '무조건 큰 병원'에서 '증상에 맞는 병원'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상급구조전환 사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재정 지속성 담보, 지역 간 격차 해소 등 여전히 해결 과제가 남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의료계 관계자는 "2025년은 대학병원들이 '규모 경제'를 버리고 '역할 분담'을 선택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러한 구조전환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수가 보상 체계의 지속 여부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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