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입법공백 해소될까…힘 싣는 박주민 위원장
임신 중지 절차 위반시 형벌 아닌 '과태료' 추진…모자보건법 개정안 발의
2026.01.10 06:26 댓글쓰기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낙태죄' 입법 공백이 올해는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에는 임신 중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형벌이 아닌 '과태료'를 부과, 임신중지 문제를 형벌 중심 규제에서 보건의료 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법안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이 같은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주민 의원안은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종합적인 국가관리·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기존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절'로 변경하고 그 정의를 '약물 투여'를 포함한 의학적 방법으로 확대했다. 


또 의학적 기준과 절차에 따른 임신 중지를 실현하되 의료인 설명의무를 명시했다. 절차를 위반할 시 형벌이 아니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변경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박 의원은 "임신 중지 문제를 형벌 중심 규제에서 보건의료 관리 체계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예외 조항으로 사각지대도 해소했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가정폭력, 학대 등 특수한 경우 본인 의사만으로도 안전하게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임신 중지를 더 이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 보건의료 체계 내 행위로 전환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입법 공백 장기화로 당사자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국가가 당사자 건강과 결정을 체계적으로 관리·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임신 중지를 법 테두리 안으로 가져오는 법안은 총 5건 발의됐다. 모두 낙태죄의 입법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 중지를 고려하는 당사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실정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주수 허용 한계 삭제·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 쟁점 전망 


앞서 발의된 남인순 의원안, 이수진 의원안, 조배숙 의원안에 대한 정부 및 의료계 반응이 모자보건법 향후 심사 과정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이수진 의원이 지난해 7월 각각 발의한 모자보건법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수술뿐 아니라 약물에 의한 방법도 허용하는 게 골자다.


인공임신중지에 대해 보험급여도 적용한다. 남인순 의원안은 현행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임신 24주 이내만 시행할 수 있다'는 인공임신중지 허용 한계를 삭제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들 법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보건복지부는 "낙태죄를 명시한 형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안이 통과하면 인공인심중지를 임신 전(全) 기간에 걸쳐 허용하는 근거가 될 것처럼 오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공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 등 공적 예산 지원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도 건강보험 적용 문제와 임신 중지 전면 허용 대목을 우려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태아 생명 보호라는 또 다른 헌법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개정안이며, 낙태 전면 허용은 안 된다"고 밝혔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무분별한 약물 남용을 막을 정부 대응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건강상 문제가 아닌 임산부 개인 선택에 의한 임신 중지에 대해 건강보험급여를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법안은 의료계 반발을 불렀다. 법제사법위원회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으로, 전면 낙태 허용에 제동을 걸었다.  


조배숙 의원의 형법 개정안은 임신 10주 이상 여성 낙태만 처벌하고, 자기낙태죄 기준에 맞춰 촉탁·승낙 낙태죄 처벌 범위를 임신 10주 이상 여성에 대한 것으로 한정한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허용한계 대상을 임신 22주 이내 태아로 한정하고, 의사 설명의무를 규정하면서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낙태를 유인·권유한 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폭행 또는 협박으로 낙태하게 하면 4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도 뒀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비현실적"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대한의사협회는 "10주 이내 임신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 시기를 놓치면 합법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원천 봉쇄당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산부인과 진료현장에서 태아의 중요한 기형을 선별하는 검사는 대부분 10주 이후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임신 10주 제한은 의학적으도 비현실적이다"며 "10주 이후의 모든 낙태를 처벌하면 불법 음성 낙태를 조장하고 의사와 환자를 잠재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고 전망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문을 통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이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를 '임신 22주 내외'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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