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둘러싼 정부 주최 토론회에서 수치와 방향성보다도 그 근거와 절차를 둘러싼 신뢰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시민·환자단체는 의사인력 부족에 대한 조속한 정책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의료계는 불확실한 추계를 정책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는 데 근본적인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의학교육 분야에서 의대생 증원 논의가 현 교육 현장 수용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1월 22일 웨스틴조선서울에서 개최한 의사인력 양성 관련 토론회에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과 의료계, 시민·환자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사 수급 추계 결과와 향후 양성·배치 방향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추계위 “2037년 필요 의사 수 13만9000~14만명 추정”
발표자로 나선 신정우 수급추계센터 센터장은 추계 과정과 관련해 수급추계위원회가 총 12차례 회의를 열어 수요와 공급 추계 모형을 단계적으로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1차부터 3차까지는 국내 선행 연구와 국제기구 보고서를 검토했고, 4차부터 9차까지는 수요·공급 추계 모형을 논의했으며, 10차부터 12차까지는 적합한 모형을 선정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
신 센터장은 “15명 위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고, 모두가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다수 위원이 동의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모형 설계 등이 이뤄졌다”며 위원회 내 논의를 바탕으로 분석이 진행된 점을 강조했다.
수요 추계와 관련해서는 아리마(ARIMA) 모형과 조성법 두 가지 방법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10년에 발행한 보고서에서도 결정론적 모형이든 확률론적 모형이든 한 모형만이 아니라 다양한 모형을 병행해 추계의 불확실성을 상호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부연했다.
이번 추계에서는 기존 연구들이 성·연령 중심으로 분석했던 방식에서 나아가 의료기관 종별 특성을 함께 반영하고, 2024년 임상의사 1인당 의료 제공량이 이후에도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2040년까지를 전망했다.
더불어 아리마 모형에는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 근무 일수 조정, 의료 이용 증가 억제 정책 등을 고려한 시나리오를 적용했지만, 조성법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별도의 시나리오는 적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공급 추계에 대해서는 국가시험 합격률을 출발점으로 임상 활동 확률, 은퇴와 이탈 가능성을 반영한 유입·유출법을 기본 모형으로 활용했다.
신 센터장은 “WHO가 179개 회원국 중 상당수 국가가 유입·유출 기반 공급 추계를 사용하고 있었다”며 “의료계 추천 위원들이 제안한 경쟁위험모형과 갬스무딩 기법을 병용 적용하는 과정도 거쳤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식으로 수요·공급 모형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2037년 기준 필요 의사 수가 약 13만9000명에서 14만명 수준으로 추정됐다. 신 센터장은 “조성법과 아리마 모형을 각각 적용했을 때 수요 추계 결과가 거의 유사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공급 측 추계에서는 유입·유출법을 적용한 기본 모형 결과가 약 13만5000명 수준이었고, 한 위원이 제안한 모형에서는 14만7000명 정도로 나타났다.
신 센터장은 향후 과제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기존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조성법과 아리마 모형을 중심으로 봤지만, 앞으로는 모형 고도화와 다각화를 통해 결과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추계 결과타당성을 더 높이기 위한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증원은 수단일 뿐…핵심은 지역·필수의료 분포”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은 의사인력 양성 논의 초점을 ‘증원 규모’가 아니라 ‘배치와 분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실장은 전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된 추계 결과를 토대로 “2037년까지 2530명에서 4800명 정도의 총량 부족이 확인됐다”면서도 “증원은 단지 수단일 뿐이고 핵심은 지역과 필수 의료의 분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포 해결 없는 증원은 쏠림만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이 체감하려면 몇 명을 늘릴지가 아니라 어디에 배치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3058명을 초과하는 증원분에 대해서는 전부 지역의사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정심에서 발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신 실장은 향후 과제로 증원 결정 이후 배치·양성·정착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설계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입학부터 졸업, 수련, 실제 복무와 종료까지 거의 16년이 걸리는 긴 여정”이라며 “각 단계마다 이탈 요인이 있기 때문에 지원과 관리가 뒷받침돼야 지역의사가 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은 시작일 뿐 누가 맞고 틀린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추계 숫자 관련 충분한 전제와 검증 거쳤는지 공방
이어진 토론에서는 추계 결과 자체보다 그 결과가 정책 판단 출발점으로 활용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전제와 검증을 거쳤는지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의학교육 분야에서는 증원 논의가 교육 현장 수용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승희 한국의학교육학회 학술이사는 “의과대학 교육을 단순히 강의로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에듀케이션 1.0 수준의 인식”이라며 “현행 의학교육은 학생 선발 이후 코칭, 멘토링, 평가, 관리까지 포함하는 에듀케이션 4.0 단계로 넘어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대 교수들은 교육과정 개발부터 평가, 시험 문항 설계, 임상 실습 지도까지 어느 전공보다도 많은 역할을 감당해 왔다”며 “문제는 교수 개인 헌신으로 버텨온 이 구조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고 인내하면 좋은 시대가 온다는 말은 이제 학생뿐 아니라 교수에게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교육을 요구하려면 교육할 수 있는 여건과 그에 대한 인정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술이사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 “학생 수가 늘어났는데도 CBT 평가를 비롯해 소그룹 임상 실습, 포트폴리오 평가를 감당할 재정과 인력은 부족하다”며 “임상 교수들은 병원 진료 압박 속에서 교육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 의대교육혁신지원 사업 예산이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기 어려운 점도 문제”라며 “증원을 논의할 때는 선발 이후 교육 과정까지 함께 고려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료 관점에서는 양성과 배치 분리가 구조적 문제를 키워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이미 의료적으로 저혈량성 쇼크 상태에 가깝다”며 “지역의료는 서비스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료전달체계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보장성만 강화하면 환자는 필연적으로 대도시로 쏠릴 수밖에 없다”며 “이 현상은 최소 25년간 누적돼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4년 한 해 동안 서울 외 지역 환자 600만 명이 서울에서 진료를 받으며 11조원을 지출했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증원만 논의하는 것은 문제 핵심을 비켜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사제 논의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지역의사제가 2류 의사를 만드는 제도라는 인식 자체가 지역을 2류로 보는 시선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장학금이나 교육환경 제공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졸업 이후 수련과 경력 단계까지 포함한 특단의 사후 지원이 결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학교육 과정에서 지역사회 의학 실습이 급격히 줄어든 현실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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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 139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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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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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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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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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 2530 4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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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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