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대전환 시대, 한국형 컨트롤타워 역할”
서준범 대통령 직속 AI 기본의료 TF장 “시대 변화 맞춰 선제적 대응”
2026.03.23 17:16 댓글쓰기

지역·필수·공공의료 시스템이 연일 한계를 드러내면서 국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의사 수를 늘리는 식의 1차원적 처방만으로는 의료전달체계를 복구하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이 사회 전반의 질서를 바꾸는 ‘인공지능 대전환(AX)’을 하나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의료계도 AI 도입을 넘어 체제 재편 차원 논의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가 AI 청사진을 그리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위원장 이재명)는 의료전달체계를 AI 기반 지역·필수·공공의료 체계로 전환하는 ‘AI 기본의료’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기본의료 TF장(리더)을 맡은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서준범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변화를 한국 의료체계를 재설계하기 위한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서준범 기본의료 TF장는 “AI 기본의료는 ‘의료 기본권’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며 “지금의 의료 현안들을 과거 패러다임 안에서 풀겠다는 접근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부 기술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형 보건의료 특화 AI 모델 구축, 국내 주요 병원 간 데이터 통합, 실제 지역·공공의료 적용 가능한 설계 등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 도입 역시 수가체계와 책임 문제, 의료인력 양성, 개인정보 보호, 인프라 정비 등이 함께 논의되지 않으면 현장에 안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민 ‘의료 기본권’ 수호 국가적 AI 대전환 시기 


서준범 TF장은 가장 먼저 ‘AI 기본의료’라는 다소 낯선 개념의 본질부터 짚었다.


‘기본의료’라는 표현 자체가 학술적으로 딱 떨어지는 개념은 아니지만, 이를 ‘의료 기본권’으로 치환하면 지역·필수·공공의료 문제를 기본권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응급 상황이 생기면 가까운 곳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AI 기본의료는 무상의료 같은 복지 개념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이 겪는 의료 위기 상황을 현실 의료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과거의 관성대로 의사 수를 늘리고, 수가를 올리고, 체계를 조금 손보는 방식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것은 지금과 같은 기술 대전환 시대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기술이 사회 전반을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 시스템 역시 바뀌어야 한다”며 “과거 방식대로 의사 수를 늘리고, 의료전달체계를 손보고, 필수진료과에 돈을 더 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 알파고 충격 이후 코딩 열풍이 불었지만, 지금은 생성형 AI 등장으로 코딩 기술 가치가 급락할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빠르다”며 “의학 AI가 어디까지 진화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출범한 것이 현재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다.


그는 이전 정부에도 관련 위원회는 있었지만, 장관들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민간 최고 전문가들이 합류해 위원회가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기본의료 TF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이를 모니터링하면서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새로운 판을 짜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기본의료 TF 형태지만 향후에는 의료 소분과로 더 체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 분야 전문가 그룹은 이미 구성돼 있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독자적 ‘의료 AI’ 구축 방점…필수·공공의료 도움 줄 기술 개발 프로젝트 준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압도적인 성능의 AI를 연이어 내놓는 가운데 굳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한국형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외국의 뛰어난 AI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 더 빠르고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의료는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 TF장은 “최근 2~3년 새 생성형 AI 발전은 범용 지능 경쟁으로 판이 넘어갔다”며 “외국 모델에 국가 의료체계를 의존하는 것은 데이터 종속과 안보 측면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에 종속되면 공공성보다 기업 이익 논리에 휘둘릴 수 밖에 없고, 기업이 과도한 비용 인상을 요구하거나 업데이트를 중단할 경우 의료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한국 의료 시스템에 최적화된 기술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 수 있는 독자적 지식체계, 이른바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소버린 AI’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TF장은 “국가가 대규모 GPU 인프라 확보에 나서고 있고, 소버린 AI 차원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국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픈AI나 구글과 경쟁해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무모한 도전보다 한국 의료 시스템을 충분히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지능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생존 문제”라며 “국가, 병원, 공학자, 민간기업이 모두 하나로 뭉쳐야 가능한 거대한 프로젝트”라고 설파했다.


다만 전국 각 병원이 소규모 데이터를 무기 삼아 파편화된 AI를 개발하고, 수십억 원의 연구비를 두고 경쟁하던 시대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봤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 기업이 1억1800만명 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내놨다”며 “우리는 병원끼리 경쟁하면서 작은 데이터로 따로따로 AI를 만드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훨씬 더 큰 규모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주요 병원의 AI 핵심 연구자들이 기획 논의에 참여하고 있고, 필수·공공의료에 도움을 줄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의사 대체 아닌 ‘재배치’…공공의료 AI 고속도로 구상


AI가 의료현장에 본격 도입되면 결국 의사 역할이 축소되거나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모든 것을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소멸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대체가 아니라 재배치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의료 발전에 따라 수명이 늘고 새로운 치료 영역이 개척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의료 수요가 창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단순 업무는 AI에 맡기고 의료진은 보다 핵심적인 치료와 환자와의 교감에 집중하는 형태로 역할이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의대 증원 등 의료인력 정책 역시 인원 수를 고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정원을 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AI 기본의료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공공의료 인공지능 고속도로’다.


AI 기술이 인프라가 풍부한 대학병원에만 머물러서는 정작 더 절실한 동네의원, 보건지소, 지방의료원 같은 현장까지 닿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구상이다.


그는 “지역 1·2차 의료기관에서도 대형병원과의 연계·지원체계를 통해 최신 의료지식과 판단 보조를 받을 수 있다면 진료 수준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 전체 시스템을 뜯어고치기보다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체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자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간단한 연동만으로 중앙의 고성능 AI 분석 결과를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한 ‘연결망’, 즉 고속도로를 깔아주자는 발상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취약지역 보건지소에서 간호사가 상급병원 전문의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AI 에이전트가 요약해주는 ‘원격 협진’, 환자 중증도를 분류해 최적의 병원을 연결하는 ‘응급의료 시스템 지원’ 등이 가능하다고 봤다.


AI 대전환 과정 기업·병원·연구자 협력 중요


이 같은 거대한 청사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실제로 이번 AI 기본의료 전략 수립 과정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민간기업의 기술력과 병원, 연구자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좀 더 광범위한 연대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 2분기를 중대한 분수령으로 꼽으면서 AI 도입을 가로막는 경직된 수가제도를 의료 질과 성과에 보상하는 가치 기반 지불체계로 전환하는 개혁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위원회의 액션플랜에 따라 복지부가 관계부처와 협의해 2분기까지 ‘AI 기본의료’에 대한 연도별 구체적 로드맵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응급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도 이미 시안 형태로 담겨 있다”며 “ 단순한 스타트업 육성이나 산업 진흥 차원이 아닌 매우 도전적이고 획기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면서도 “다만 분명히 중요한 계기이고, 한국 의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국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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